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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빅맨'의 김지혁(강지환)에게서 '광해'의 하선(이병헌)이 보인다.
2012년, 1,200만 관객을 울고 웃게 한 영화 '광해'. 그리고 그 영화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왕, 우리가 꿈꾸고 진정으로 바랐던 리더 '하선'이 2014년 드라마 '빅맨'의 '김지혁'으로 돌아왔다.
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극본 최진원 '연출 지영수 제작 김종학프로덕션 KBS미디어)의 주인공 김지혁은 얼핏보면 하선과 여러 면에서 다르게 느껴진다.
지혁은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인 타입이라 싸움을 잘하고 물불 가리지 않으며 욱하는 성격인 반면, 하선은 일단 싸움은 피하고 상황파악이 빠르면서 약은 구석도 있다. 무엇보다 언변에 매우 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두 사람이 어떻게 왕이 되고, 어떻게 대기업의 사장이 되었는가가 아니다. 그들이 '그 자리'에서 보여주는 말과 행동, 다시 말해 너무나도 닮아있는 그들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
하선과 지혁은 정 많고, 내 사람을 소중히 하는 리더다. 사람을 대할 때마다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는 두 리더의 태도에는 언제나 정이 담겨 있다. 그 정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진정으로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며, 진실 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에서 자연히 배어 나오는 따뜻한 마음, 진심(眞心) 그 자체다.
'광해'의 하선은 허균(류승룡), 중전(한효주), 도부장(김인권)과 조내관(장광) 뿐만 아니라 한낱 수라간의 나인 사월이(심은경)까지 진심으로 대함으로써 존경과 신뢰를 얻었고, 나중에는 그들의 덕으로 목숨까지 보전하게 된다. 자신을 대신해 독을 먹고 쓰러진 사월이를 안고 뛰는 그의 모습은 영화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에까지 깊은 울림을 남겼다.
'빅맨' 3, 4회에서 다뤄졌던 현성유통 지방물류센터 파업사건을 김지혁이 해결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센터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었던 아버지를 잃은 아이에게 "오늘부터 난 니 아부지다"라고 말하는 김지혁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그들의 심장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권위만 내세우는 딱딱하고 어려운 리더는 다가가기 어렵다. 자신보다 밑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과 기준에서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이는 당연히 소통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혁과 하선은 달랐다. 인간적인 모습이 물씬 풍기는 그들은 리더이기 전에 사람이었다.
그들에게는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다. 그들이 믿고 따르는 신념에는 언제나 가족, 주변 사람, 백성이 중심이 되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됐던 그들의 삶은 최상의 자리에 갔을 때도 밑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밑거름이 되었다.
사람, 언제나 그들에게 내 사람 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고 그들에게 만큼은 허물없이 편안하게 다가갔으며 솔직해지려 했다. 감정에 솔직했고, 입장에 솔직했고, 무지함에 대해 솔직했으며, 밝았고, 그래서 사람 냄새가 났고 그래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두 리더 지혁과 하선.
다른 시대 속 다른 책임과 삶을 살아가는 지혁과 하선. 비록 그 둘이 속해 있던 세상은 다르지만 우리가 두 명의 리더에게서 공감을 베이스로한 따듯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건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의 말과 행동, 우리가 그리워하던 리더들의 그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닥쳐온 리더 부재의 시대. 때문에 진정한 리더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진한 울림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빅맨'이 조용하지만 시청자들에게 폭풍 같은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다.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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