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건 난 반대다."
최근 1~2년 사이 야수들의 벌크업(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에는 클린업트리오, 다시 말해서 팀 사정상 장타를 꼭 때려야 하는 중심타자들 위주로 벌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꼭 중심타선에 들어가는 타자가 아니더라도 벌크업을 꾸준히 하는 케이스가 꽤 늘었다.
올 시즌 롯데 황재균, 넥센 김하성 등이 벌크업으로 파워를 장착, 위력적인 타자로 거듭났다. 벌크업에 성공한 케이스. 두산 오재원도 꾸준한 벌크업으로 중심타선에서 한 방을 갖춘 타자가 됐다. 이들 모두 체지방은 줄이고, 근육량을 키워 몸짱 타자로 거듭났다. 파워 향상에 성공한 국내 타자들이 타고투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평가.
▲강정호처럼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은 강정호. 지난해 넥센에서 국내야구 최초 유격수 40홈런 시대를 열어젖혔다. 수비력도 건실했지만, 파워를 앞세운 공격력이 메이저리그 관계자의 눈에 들었고, 결국 꿈을 이뤘다. 강정호는 요즘 메이저리그서도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 국내 타자들에겐 또 다른 롤모델이 됐다. 현재 넥센 주전 유격수 김하성의 경우 강정호의 영향을 받아 벌크업도 했고, 방망이에 파워를 장착했다. 실제 올 시즌 36경기서 8홈런을 치며 만만찮은 파워를 자랑한다.
사실 강정호는 전통적인 한국형 유격수와는 거리가 있다. 과거 천재 유격수 계보를 이은 전설들은 대부분 호리호리한 몸매에 날렵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타고난 스피드와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했다. 레전드 유격수였던 삼성 류중일 감독도 "현역 시절 75kg를 넘은 적이 없었다. 72~74kg 사이였다"라고 회상했다. 은퇴 후 10kg정도 쪘지만, 과거 영상을 보면 류 감독은 매우 날씬했다. 류 감독뿐 아니라 내야수, 특히 수비력이 중요한 유격수와 2루수의 몸은 대부분 호리호리했다. 벌크업을 할 시간에 펑고 한번을 더 받았다.
하지만, 한 야구관계자는 "강정호가 국내 최고 유격수로 인정을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자 국내들의 시각도 대체로 바뀐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벌크업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유격수, 2루수 등도 벌크업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홈런 타자가 아니더라도 한 방 능력이 중요한 1루수와 3루수, 외야수들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매년 10홈런 정도 치던 중거리 타자가 체계적인 벌크업으로 20홈런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도전과 변화가 국내 타자들의 파워와 테크닉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부분은 분명 인정을 받아야 한다. 타율 0.250~260 정도의 주전 내야수가 수비력만으로 먹고 살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신중한 류중일 감독
삼성 유격수 김상수도 스프링캠프에 살을 약간 찌웠다. 하지만, 김상수는 여전히 전통적인 유격수에 어울리는 몸매. 만약 김상수가 벌크업을 선언, 본격적으로 파워를 키운다면 류중일 감독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14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류 감독은 "상수가 몸을 불린다면, 난 반대다. 일부러 몸을 불릴 필요가 있나?"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야수들이 인위적으로 몸을 불릴 필요가 없다. 야구 선수는 주어진 체형대로 야구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평범한 발언 속에는 진리가 들어있다. 무리하게 체형을 변화시키다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걸 우려한 것이다. 실제 최근 국내 타자들을 보면 예전보다 전반적으로 체격조건은 좋아졌지만, 과거보다 잔부상을 앓는 선수는 늘어났다. 트레이닝 파트가 발전했는데 왜 부상자가 많은 것일까. 또 다른 한 야구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무리하게 벌크업을 하다 햄스트링 등 근육에 부하가 일어나는 부상자가 늘어난 것 같다"라고 했다. 때문에 최근엔 벌크업 못지 않게 유연성을 강화하고 부상을 방지하는 스트레칭의 중요성도 크다.
류 감독은 "3루수는 몸집이 큰 선수가 맡기도 하지만, 유격수와 2루수는 날렵하게 움직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몸이 둔해지면 안 된다"라고 했다. 이어 "홈런을 많이 쳐주는 선수와 수비를 건실하게 하는 선수 중 1명을 고르라면 수비를 잘 하는 선수를 꼽겠다"라고 했다. 내야수의 경우 건실한 수비력이 기본. 벌크업에만 신경 쓰다 정작 가장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는 게 류 감독 견해.
또한, 벌크업으로 체격이 커질 경우 수비할 때 순발력이 살짝 느려질 수 있다는 게 류 감독 생각이다. 그는 "난 현역 때 아무리 살 찌려고 해도 찌지 않더라"며 "생긴 대로 야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야구 선수는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부상 없이 야구를 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야수들의 벌크업 유행. 취지는 좋지만, 팀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와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부작용에도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류중일 감독(위), 김상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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