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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무조건 슬프게 끝나야 한다고 했어요."
배우 이서진이 MBC 드라마 '결혼계약'에 출연하며 내건 조건이었다. 이서진은 애당초 '결혼계약'에 출연할 마음이 없었다. 김진민 PD가 만나 "뭐가 마음에 안 드나?" 하며 정유경 작가와 만나도록 했다.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그렇고, 마음에 안 든다고 안 하는 건 더 실례고, 만남 자체가 부담됐다"는 그는 도리어 정 작가를 만나 감동했다. "너무 순하고 착하신 분이더라"고 당시의 만남을 회상한 이서진은 "제 얘기를 너무 잘 들어주시더니 3일 만에 대본을 수정해서 보내주셨다. 거기에서 한번 더 감동 받았다"고 했다.
이서진의 의견이 반영돼 수정된 부분은 한지훈의 성격. "원래는 더 착했다"는 이서진은 "착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랑에 빠지고, 어머니한테도 잘했을 것"이라며 "전혀 그렇지 않을 사람이어야 16회가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정 작가가 이서진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결혼계약'의 한지훈이 만들어졌다.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이서진은 정 작가가 써준 대본을 바탕으로 가까운 사이인 김 PD와 더불어 동화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14회 마지막 장면에서 지훈이 꽃을 들고 해맑게 웃으며 혜수(유이)에게 달려가던 장면은 김 PD의 아이디어였고, 어떤 꽃을 들지는 이서진이 골랐다. 지훈과 혜수의 슬픈 사랑 앞에서 지훈이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이서진은 "눈물 흘리는 것보다 꾹꾹 눌러 담는 게 훨씬 슬프다"고 했다.
혜수가 삶을 마치기 전 지훈, 은성(신린아)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장면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친 결말도 납득한 이서진이다. "처음부터 무조건 슬프게 끝나야 한다고 했다"는 그는 "슬프지만 미소 지을 수 있게 만들자"고 했단다. 특히 시청자들 의견에 흔들리는 결말이 아니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결말이 더 완성도 높고 감동적이라고 확신하는 이서진이었다.
"그렇게 끝나는 게 맞으니까요. '결혼계약'은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드라마인데, 갑자기 기적이 일어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시청자들이 '슬프게 끝내면 안 돼' 한다고 좌지우지 안 됐으면 했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적이 일어나면 허무한 거예요. 슬펐던 드라마가 웃기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코미디가 되어 버리는 거죠."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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