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어쩌면 '연애의 온도'(감독 노덕)는 여자들에게는 옛사랑을 추억하게 하는 멜로 영화겠지만, 남자들에게는 그들의 지난 과거사와 변한 현재를 들추게 하는 성장드라마일 수 있다.
'연애의 온도'는 남몰래 사내연애를 하다 헤어지게 된 두 남녀가 감정의 잔여물들을 정리하는 과정을 보여준 멜로 드라마다. 헤어진 직후 폭발하는 감정부터 시간이 더 흐른 뒤 차츰 정리되는 감정들 그러나 들춰보면 여전히 남아있는 감정의 찌꺼기, 그렇게 다시 시작되는 연애에 대한 묘사는 꽤 섬세하다.
그래서 이 커플, 장영과 동희를 연기한 두 배우 김민희와 이민기는 '진짜 연애를 한듯' 영화 촬영을 끝낸 뒤 후련했다고 털어놨다. 동시에 이민기는 동희의 성장통을 간접적으로 겪은 경험을 말했다.
영화는 초반부에는 장영과 동희의 감정을 같은 톤으로 배치한다. 이 때의 장영과 동희는 감정이 최고조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이별 진행 중'이다. 중반부에는 장영은 한없이 가라앉아있다. 그러나 동희는 여전히 '온도조절'을 하지 못한다.
이민기는 인터뷰 내내 이런 동희의 편에 서서 열심히 변론을 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동희는 아직 성장 중인 아이다. 사랑 앞에 능숙히 대처하지 못하는 설익은 행동들이 때로는 실수를 빚어내고 만, 그러나 그렇기에 더 순수하고 열정적인 아이였다."동희는 계속 화를 내죠. 화를 낸다는 것은 감정이 아직 남아있다는 말과도 같아요. 치사하고 유치한 시비를 계속 거는 것은 숨겨야하는 감정이 있다는 말과도 같으니까요. 이런 동희를 보면서 저의 연애를 돌이켜보게 됐어요. 저는 동희와 다르게 감정을 크게 쓰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런 저는 더 차갑고 나쁜 남자에 가까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민기는 "감정적인 동희는 쉽게 말해 '성장의 과정'에 있는 거죠"라고 말하며, 영화 속에서 이별의 원인이 돼버린 동희의 행동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짚어나가며 그 진짜 의미를 설명하려 애썼다. 아직 사랑 앞에 허우적거리는 동희의 어린 행동이 누구보다 안타깝다는 듯 말이다.
"장영과 다시 만나기로 한 동희가 어색하지만 용기를 내 관계를 풀어나가야겠다 생각해 놀이공원에 가자고 제안해요. 그 때 영이 반응은 미지근했죠. 그래도 영이는 여자라 다음 날 김밥을 또 싸요. 그런데 이번에는 동희가 늦게 일어나버리죠. 고의적인 것은 결코 아니었어요. 본인 역시도 후회하잖아요. 그런데 또 비가 내려요. 뭐 하나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에 놓인 동희는 짜증이 나요. 비가 내려 전철역 안에서 기다리는 영이에게 '왜 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나'라고 화를 내는데, 그 상황만 바라본다면 동희는 나쁘지만 사실 동희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거예요. 자기 잘못인 것을 잘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런 실수를 하게 되는 거죠."
촬영 중 남자 스태프에게 가장 자주 들은 말은 바로 "'아니, 동희 쟤는 왜 그러는 거야' 생각하다가도 사실 내 여자친구에게 혹은 내 아내에게 나도 방금 그랬구나 깨닫게 된다"였다는 이민기는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는 현실적인 지점이 있군요"라고 웃었다.
이민기는 "동희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이 영화는 성장영화일 수 있을 것"이라며 "몹쓸 시기를 겪고 난 동희는 철이 들고 뭔가 바뀌겠죠. 후회도 많이 했을 것이고 그런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3%안에 들게 될지 안 될지가 결정될 거예요"라고 동희의 미래를 추측해봤다.여기서 3%란, 영화 속 장영의 대사 중 등장한 '이별한 연인이 다시 재결합 해 행복해질 수 있는 수치'다. 이어 이민기는 "사람 안 변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고요"라며 '동희를 위한 변론'을 웃음으로 마무리 했다.
'연애의 온도'는 21일 개봉된다.
['연애의 온도' 이민기.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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