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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 '배우는 배우다'는 이준의 수식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아직은 신인인 이유로, 또 엠블랙 멤버인 이유로 오롯이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엠블랙 멤버 이준'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하다. '배우는 배우다' 속에서 이준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아닌, 연기를 제법 잘 하는 신인 연기자 일 뿐이다.
이준의 진면목은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배우는 배우다'가 초청, 관객들에게 상영되면서 시작됐다. 영화의 수위가 높아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탓에 어린 이준 팬들은 보지 못했지만, '배우는 배우다'를 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이준의 연기력에 대해 극찬했다.
'아이돌 가수'라는 수식어를 떼더라도 '배우는 배우다'는 상당히 수위가 높은 영화였다. 숫자가 아니라, 베드신의 성향이 다소 폭력적이었고, 극한의 감정을 오가는 오영의 캐릭터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김기덕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들은 아이돌 가수인 이준이 이 작품에 참여하기까지 꾀나 어려움을 겪었음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준은 "분명 소속사가 영화 출연을 말렸을 것이다"라는 말에 "맞다. 정확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줄 텐가"라고 반문했다. 맞는 말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가장 깨기 힘든 것이 바로 배역의 한계다. 이준은 이 영역을 과감하게 부셨다. 자신이 가진 한계를 깨고 아이돌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처음으로 회사에 내 의견을 내봤다. 의견이라면 의견이고, 고집이라면 고집이다. 엠블랙 활동을 하면서도 많은 작품이 들어왔다. 회사에서 하지 말라면 안했다. 그러다보니 2~3년이 금방 가더라. 여러 작품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배우는 배우다'를 만났다. 회사와 긴 대화를 나눴고, 결과를 가져오겠다는 자신감을 보여 출연할 수 있었다."
이준의 말을 빌자면 이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데뷔 이례 가장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준은 "가장 큰 도전이다. 항상 보여줬던 이미지가 많았고, 가수 활동 때문에 연기를 많이 쉬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작품을 찍고 있을 때 엠블랙 활동을 하고 있었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갔다. 그 캐릭터를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열심히 했으니, 발전됐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는 배우다'가 베드신이 전부인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쳐 지나 갈수도 없는 작품이다. 아름답다기 보다는 폭력적인 베드신이 스크린에 펼쳐질 때의 감정은 놀랍기만 했다. 베드신의 수위보다는 과정에 대한 이준의 생각을 물었다.
"베드신이 강해서 힘든 건 없었다. 캐릭터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는건 배우의 의무지만, 인간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나였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감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여러 번의 베드신이 등장한다. 매순간 다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준도, 상대 여배우도 모두 신인이다. 베드신에 익숙한 노련한 배우가 아닌 상황에서의 베드신은 모두가 힘들기 마련이다. 베드신의 특성상 적극적인 리허설도 힘들다. 이런 힘든 점을 이준은 '대화'로 풀어나갔다. 몸으로 하는 연기인 베드신을 찍으면서 대사도 뱉어내야 했다. 무엇보다 여배우에게 미안했던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는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내가 이렇게 하더라도, 애드리브를 하더라도 당황하지 말라'는 부탁을 했다. 또 '한 번에 끝내자'는 이야기도 했다. 다행히도 빨리 끝났다"고 말했다.이준은 '배우는 배우다'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마치 성인식과 같은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거듭나는 성장통도 겪게 될 것이다. 엠블랙 이준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은 '배우는 배우다'에서 산산조각 나고 만다.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이도 있겠지만, 분명 실망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돌'이라는 수식어. 어쩌면 연기자를 꿈꾸는 이준에게는 불편하지만 언제나 입고 있어야 하는 옷 인지도 모를 일이다.
"평소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돌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모르겠다. '아이돌이니까 이런 건 해서 안 되고, 이건 되고' 이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정된 것만 해야 한다면 평생 그것만 하다가 끝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배우가 작품을 보고 선택해야지 주변의 상황을 따지고 들면 시선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가수로서의 이준과 예능인으로서의 이준, 신인배우로서의 이준은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무대 위에서 예쁜 몸 라인을 이용해 춤을 추는 이준도, 현란한 말솜씨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이준도, 스크린을 압도하는 연기를 펼치는 이준도 모두 매력적이다.
마지막 남은 이준은 '인간 이준'이다. 숨 고를 틈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이준에게 '개인적인' 시간이라는 것이 있을까. 또 주변의 시선에 답답함을 느끼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준은 자신의 원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길게 활동을 하고 싶어서, 주변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마음가짐을 다잡고 있었다.
"영화 감상이 취미다. 하하. 나가서 놀고 싶기도 하고 여자도 만나고 싶다. 피 끓는 나이지 않는가. 하지만 잠깐의 실수로 많은 것을 잃는 분들이 있더라. 그런 것을 보면서 나는 사소한 실수도 안 해애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소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게 생활하고 있다. 또 자라나는 청소년들 중 나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최선을 다 하는 편이다. 좀 답답하긴 하지만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이준이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나선 '배우는 배우다'는 미치도록 뜨고 싶고 맛본 순간 멈출 수 없는 배우 탄생의 뒷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을 맡았으며, 신연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4일 개봉 예정.[배우 이준.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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