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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한국에 ‘바보 이반’이 있다면 이 사람이 아닐까.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속 임주환이 맡은 공준수는 톨스토이의 작품 ‘바보 이반’ 속 이반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었다. 막장으로 치닫는 일일드라마들 틈바구니 안에서 홀로 착한 드라마를 표방한 ‘못난이 주의보’ 속 준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착하기만 했다. 그래서 ‘바보 이반’의 이반이 모두를 행복하게 해줬던 것처럼 준수 역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을 안겨줬다.
“공준수라는 인물, 저도 답답했던 적 많았어요”항상 사람 좋은 웃음을 달고 다녔던 준수처럼 최근 인터뷰 차 만난 임주환에게도 좋은 분위기가 가득했다. ‘못난이 주의보’를 연출한 신윤섭 감독도 임주환의 그런 면을 본 걸까? 임주환을 직접 만나보니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윤섭 감독이 그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안 봐도 뻔했다. 한없이 순수한 사람, 준수 역엔 임주환이 적격이었다.
“감독님께서 저를 많이 지지해주셨어요. ‘못난이 주의보’에 관여된 모든 분들이 반대를 하셨는데 감독님만 저를 지지해주셨어요. 뭐 때문에 확신을 가지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그동안 했던 인터뷰 내용이나 잡지, 팬미팅 영상 같은 걸 다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서 본인이 원하는 준수의 느낌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준수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비롯해 ‘못난이 주의보’의 모든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다들 어리석을 정도로 착한 공준수를 비난했지만 나중에는 그를 이해하고 어느새 공준수처럼 변해갔다. 답답할 정도로 착한 캐릭터였던 공준수의 우직함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이된 것이다.
“저도 사실 답답했던 적이 많았어요. 준수의 행동들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요즘 사회에서는 원하지 않는 발상이나 생각들이잖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이해가 안 됐던 장면들도 많았죠. 하지만 그게 어떻게 보면 느리지만 정확하게 가고자 하는 준수의 생각이었어요. 내 가정을 지킨다는 기본적인 출발이 있으니까, 엄마가 사랑했던 내 동생들을 지켜야한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하니 빨리 캐릭터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임주환은 ‘못난이 주의보’의 준수에 대해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련하고 느리고, 말 그대로 ‘못난이’였던 준수가 항상 남보다 앞서나가야 하는 각박한 세상 속에 따뜻한 울림을 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못난이 주의보’에는 준수 덕분에 좀 더 여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사회의 정의와 가족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는 시청자 평들이 많았다.
“극중에서 준수가 자신이 파는 옷을 입고 아토피가 심해졌다고 고발한 소비자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있어요. 준수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 분에게 찾아가서 집안도 청소하고 발도 씻겨드리고 하죠. 그러면 그 사람이 사기를 치려던 마음을 바꿔서 돈이 필요해서 거짓말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 준수로 인해서 잘못된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올바른 생각으로 바꾸는 거죠. 이런 것들 때문에라도 준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인물 같아요.”
“강소라와 러브신, 오글거림의 끝판왕이었죠”물론 준수에게도 러브라인은 있었다. 임주환은 후반부에서 극중 상대역인 배우 강소라와 러브라인을 보여주며 달달한 느낌을 안겨줬다. 동대문이나 옥상, 결혼한 뒤에는 신혼집까지 두 사람의 애정신은 보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강소라 씨와 러브신은 오글거림의 끝판왕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감독님께서 밉지 않게, 느끼하지 않게, 담백하게 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사실 오글거릴 수도 있는 장면들이 많았죠. 사실 손으로 햇빛을 가리는 장면도 오글거릴 수 있었는데 다행히 자연스럽게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연기가 잘 된다고 생각될 때가 상대방의 리액션을 끌어내 줄 수 있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강소라 씨와는 그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애정신을 연기했으니 연애 감정이 생길 법도 했다. 임주환에게 “연애는 안 하세요?”라고 물으니 “연애를 안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 2월 전역해 바로 드라마에 투입됐으니 연애를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었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었다.
대신 그는 그 외로움을 주변의 연예인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 조인성, 방송인 이광수, 최근 군에 입대한 송중기까지, 네 사람은 평소에도 자주 어울릴 정도로 친한 사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인성은 임주환이 군 제대 후 ‘못난이 주의보’를 처음 복귀작으로 선택할 때도 조언을 해줬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방영되는 와중에도 모니터링을 해줄 정도로 세심하게 챙겨줬다고.
“인성이 형이 드라마 촬영 동안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잘 보고 있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가끔 잘 보고 있으니까 파이팅 하라고 문자도 왔었고요. 신기한 게 제가 화면에 안 좋게 나오면 형이 다 알고 계세요. 뒷조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웃음) 제가 이 장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다 꿰뚫어보고 거기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저한테는 진짜 좋은 선배이자 형이죠.”
“이젠 착한 역 말고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임주환에게 ‘못난이 주의보’는 이제 두 번째 시작이 됐다. 연기에 첫 발을 내딛은 게 첫 번째 시작이라면 군대를 다녀와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못난이 주의보’가 두 번째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번 작품을 끝나고 한층 성숙해졌음을 느낀다는 그는 다음 작품으로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제일 하고 싶은 캐릭터를 꼽으라면 악역이죠. 기존에 했던 모든 작품들에서 다 착한 애로 나왔었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악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또 사극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송)중기를 보면서 한석규 선배님과 같은 화면에 나온다는 게 부러웠거든요. (웃음)”
임주환은 천천히 다음 작품을 준비하며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조용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원래 올해 계획은 여행이 목표였거든요. 차를 빌려서 제주도에 갔다가 목포도 갔다가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 스케줄 때문에 힘든 게 있어서. 그래도 여행은 못 가지만 스케줄 때문에 못 가는 거니까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배우 임주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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