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다.
뉴욕 양키스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일본인투수 다나카 마사히로. 그의 몸값 7년 1억5500만달러를 두고 말이 많다. 양키스 브라이언 캐시맨 단장은 “일본 최고투수에게 그 정도를 투자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했고, ESPN에선 다나카가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으며, LA 다저스보다도 올 시즌 선발진 순위를 높게 책정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선 다나카가 메이저리그서 수년간 활약했던 몇몇 선발투수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아낸 것을 두고 비꼬았다. 다나카의 기량을 인정하지만, 다르빗슈보다는 뛰어나지 않으며, 다르빗슈의 계약규모를 넘어선 것 자체가 거품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우선 다나카는 미국과 일본이 새롭게 체결한 포스팅시스템에 의거해 계약한 첫 사례다. 일본구단에 돌아갈 입찰액을 최대 2000만달러로 제한하면서 선수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커졌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영입할 때 선수 몸값과 원 소속구단에 지불할 이적료를 묶어서 책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뀐 포스팅시스템은 복수 구단과의 협상이 허용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자연히 다나카의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다나카의 계약규모가 예상보다 커진 건 맞다.
▲ 다나카 계약이 추신수, 류현진을 단숨에 넘어선 의미
국내의 시선에선, 다나카의 계약총액이 7년 1억3000만달러에 텍사스와 계약한 추신수보다 많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다나카가 라쿠텐에서 초특급성적을 올렸지만, 메이저리그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선수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서 수년간 고생한 선수보다 단숨에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다나카가 메이저리그서 우여곡절 끝에 FA 자격을 얻어 대박을 터뜨린 추신수보다 대형계약을 따냈다는 건 한국 팬들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좀 더 확실하게 비교를 하면, 2012년 가을 포스팅금액 2573만7737달러33센트와 계약금과 연봉 6년 3600만달러에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의 대형계약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정도다.
물론 다나카는 매우 뛰어난 투수다. 일본야구 28연승과 지난해 24승무패에서 말해주듯 완전체 에이스다. 주무기 포크볼의 예리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불 같은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 커브, 투심패스트볼 등 다양한 보조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도 다나카의 가치를 드높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미국 언론들은 메이저리그서도 그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는 에이스들이 분명히 많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수년간 활약했음에도 다나카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 선수가 많다.
한 야구인은 “그만큼 메이저리그서 일본야구를 바라보는 시선과 한국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다나카 계약을 둘러싼 주변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인 특급선수에게 후한 대접을 하는 메이저리그 특성이 드러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 야구인은 이어 “같은 상황과 조건에서 한국인 초특급 에이스가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서 다나카의 대형계약에 일본인 특수가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 류현진과 윤석민이 잘해야 하는 이유
지난해 류현진과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서 맹활약했다. 미국 언론들도 두 사람을 극찬했다. 그러나 류현진과 추신수의 몸값 차이도 하늘과 땅이다. 추신수는 그만큼 메이저리그서 꾸준히 활약한 점을 인정받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특급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지난해 포함 6년간 합계 3600만달러가 기본 몸값이다. 메이저리그서 아직 보여준 게 없는 상태에서 맺은 계약. 이런 상황에서 다나카 계약을 보면 여전히 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야구의 시각 차가 크다는 게 확인된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이런 인식은 하루 아침에 굳어진 건 아니다. 실제로 일본야구가 국내야구보다 역사도 깊고, 메이저리그서 활약하는 선수도 많이 배출했다. 다르빗슈 유, 구로다 히로키, 이와쿠마 히사시에 다나카까지 메이저리그서 활약 중인 일본인 특급선발은 류현진 1명으로 대변되는 한국인 특급선발에 비해 풍족하다. 더구나 일본은 최근 국제대회서도 꾸준히 한국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야구의 뿌리와 인프라에서도 비교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한국과 일본야구를 평가할 때 이런 문화, 역사적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다나카와 류현진, 윤석민은 메이저리그서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었으나 다나카가 처음으로 맺은 계약규모는 류현진보다 월등히 앞섰다.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다면 그 격차는 류현진과의 격차보다도 더 클 전망이다.
단순히 류현진과 추신수가 1~2시즌 잘한다고 해서 메이저리그의 시선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야구인은 “그래도 류현진과 윤석민이 메이저리그서 꾸준히 잘해줘야 한다. 한국야구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최초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다. 윤석민은 류현진에 이어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두번째 선수가 될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시각에선 두 사람을 통해 한국야구의 수준을 꾸준히, 가장 손쉽게 가늠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류현진과 윤석민이 메이저리그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려줘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한국야구에 대한 시선을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의미다.
다나카의 초대형 계약은 분명 그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이 감안된 결과다. 그렇다고 해도 메이저리그의 시선에선 한국야구와 일본야구를 향한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다나카(위), 류현진(가운데), 윤석민(아래). 사진 =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캡쳐,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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