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펀치' 조재현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태준 캐릭터 옷을 완벽히 입었다.
조재현은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 온갖 불법과 비리로 점철된 검찰총장 이태준 역을 맡았다. 조재현이 맡은 이태준은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 과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칡뿌리처럼 끈질기게 살아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조재현은 앞서 KBS 1TV 드라마 '정도전'에서 열연을 펼친 데 이어 차기작으로 '펀치'를 선택,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조재현은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후배 김래원과 마치 연기대결을 펼치는 듯 팽팽한 김장감을 자아냈다.
특히 조재현은 이태준 특유의 사투리를 표현하기 위해 어느 작품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조재현은 "박경수 작가의 대본에는 더 심한 사투리가 많았다. 그런데 그대로 하다보면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어 조금씩 바꿨다. 박경수 작가가 불쾌해 할 수도 있는데 기분좋게 받아들여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극 중 이태준은 한강 둔치에서 박정환(김래원)과 만났고 검은 정장에 어울리지도 않는 귀마개를 하고 나왔다. 이는 조재현의 아이디어였다. 춥지 않다며 센 척하기보다는 진짜 추운 순간에 춥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재로, 막다른 길에 봉착한 이태준을 표현하기에 그 대사보다도 제격이었다.
촬영장에서 이명우 PD와 이야기를 나누던 조재현은 "귀마개라도 하면 어떻겠느냐"라고 말했고, 그와 찰떡호흡을 보인 이명우 PD는 그 자리에서 제작진에게 당장 귀마개를 공수해올 것을 주문했다. 또 박경수 작가는 이후 다음 회에 아예 대본에 이태준의 귀마개 장면을 넣었고 박정환의 입을 빌려 "어울리지도 않는 걸 왜 썼느냐"라며 그에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박정환의 입장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조재현은 극 중 전봉준의 사진을 보며 "난 이렇게 살지 않겠다"라고 말했고 이어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부르기도 했다. 이 때,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느린 리듬이 아닌 빠른 리듬으로 신명나게 부르는 장면 또한 조재현의 애드리브였다. 이를 통해 조재현은 위기에 맞닥뜨린 자신의 불안한 처지를 반어적으로 표현했다.
또 지난 17회에서 박정환의 집에 간 이태준은 그의 침대에 누워서 말없이 그를 쳐다보는 눈빛이나 특별검사 윤지숙(최명길)과 대립하는 모습 등에서는 그저 대사 뿐만 아니라 얼굴, 손짓 등 모든 감각을 통해 이태준을 표현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펀치' 제작진은 조재현에 대해 "한 수 배웠다. 카리스마와 유머러스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이태준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활자의 인물이 어떻게 실제의 인간이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줬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펀치' 종영을 맞은 조재현은 자신에게 '펀치'가 주는 의미에 대해 "연기적인 면에서 다시 자유로움을 찾았다"라며 "부담감 없이 오랜만에 활개를 치며 마음대로 했다. '펀치'의 제작진, 배우들이 모두 좋은 호흡 속에 시너지가 나왔던 것 같아서 나도 마지막까지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펀치'를, 그리고 이태준을 순수하게 즐겼던 조재현은 그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한편 수목극 1위를 달렸던 '펀치' 후속으로는 정성주 작가, 안판석 PD의 '풍문으로 들었소'가 23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조재현. 사진 = SBS 방송 화면 캡처, SBS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