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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펀치'에는 유독 먹는 장면이 많았다. 인간의 섬세한 내면심리를 잘 그리기로 소문난 박경수 작가는 소위 '먹방'으로 무엇을 드러내고 싶었던 걸까.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는 19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 권력자들의 암투와 뒷이야기를 그린 '펀치'는 시청자들의 높은 사랑을 받으며 큰 인기를 누렸다.
'펀치'는 화려한 액션보다는 맛깔나는 대사들과 적절한 비유법을 통해 각 캐릭터들의 여유와 불안감을 보였는데 이 중심에는 '음식'이 있었다. 유명 일식집에서 고급요리를 먹을 것 같은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은 비싼 요리보다는 허름한 중국집 짜장면을 누구보다도 맛있게 먹었다.
짜장면은 누구나 언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서민음식으로, 국회 배지를 달고 있는 이태준의 위치와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짜장면은 그의 내면성과 인간애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과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공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온 이태준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매번 "지옥에서 만나자"라고 말하곤 했다.
이 말을 통해 이태준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욕망이 들끓고 있는 내면을 보여줬고, 그럴 때마다 짜장면은 인간 이태준을 드러내기도 했다. 짜장면을 먹는 이태준은 마치 짜장면 CF를 연상케 하듯 누구보다도 맛있게, 게걸스럽게 먹었고 그의 식탐을 통해 끓어오르는 욕망마저 보였다.
특히 박정환(김래원)과 이태준은 7년 전 누구보다도 잘 맞았던 짝이었지만 이후 태준의 비리를 알게 된 정환이 "나는 이제 성원각만 간다"라며 다른 중국집을 찾아가 정치적 견해가 다름을 극명히 보여줬다. 이어 정환은 "성원각으로 오십시오. 짜장면 불기 전에"라며 성원각으로 이태준을 불러들였고 이태준과 모종의 거래와 치밀한 신경전을 벌이는 장소로 사용했다.
지난 18회에서 이태준은 성원각에서 만난 박정환에게 "니캉 한 세상 씹어묵을라캤는데, 짜장면 면발만 씹어묵다 끝나네. 니는 세상 떠나고 내는 교도소 드가고"라며 맛있게도 짜장면을 먹었다.
또 이태준과 끝까지 권력적 암투와 진흙탕 싸움을 벌인 특별검사 윤지숙(최명길)은 선호하는 음식에서도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윤지숙은 이태준과 파스타 회동을 했고, 그 자리에서 이태준은 "솔직히 말하겠습니데이. 짜장면이 백배 낫습니데이"라며 팽팽한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이밖에도 윤지숙이 이태준에게 홍어를 주며 "경상도 출신 총장님과 서울 출신 제가 한 자리에서 전라도 음식인 홍어를 먹는 것이 화합 아니겠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나, 이태준이 커피를 마시던 중 설탕을 불태우며 "흰 설탕이나 태워서 까맣게 된 설탕이나, 모두 설탕이다"라고 말하는 모습 등은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이처럼 '펀치'는 다소 어려운 정치 드라마라는 소재를 음식을 통해 비유적으로 드러내며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을 완벽히 흡수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펀치'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핵펀치를 남긴 미친 존재감 드라마로 남게 됐다.
['펀치'. 사진 = SBS 방송 화면 캡처, SBS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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