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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오로지 연기만 생각했다. 인물 표현과 이야기 자체만을 생각했다. 박경수 작가의 탄탄한 이야기 전개가 보장돼 있었기에 역시 정답은 연기력 뿐이었다. 그래서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속 김래원의 연기는 더 빛났다.
그 결과, 김래원은 배우로서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이전까지도 연기로는 그 어떤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은적 없던 그였지만 '펀치'를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연기적인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김래원은 '펀치' 종영 후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호평은 사실 방송 할때보다 지금 더 많이 느낀다. 명절 때 식구들을 만났는데 되게 좋아하더라. 17개월 된 조카도 어머니의 강압적인 교육인지 삼촌이 '펀치'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내가 울 때 울었다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연기력 칭찬에 "영화의 좋은 영향을 좀 많이 받았다. '펀치' 대본 연습 전날 영화 '강남 1970' 마지막 촬영을 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영화만이 갖고 있는 연기 스타일을 갖고 온 것 같다"며 "영화와 드라마 연기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드라마는 좀 시청자들에게 일일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게 필요하다. 정확한 연기를 해줘야 하고 시청자들을 이해하기 쉽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래원은 '펀치'에서 드라마적인 연기보다 영화적인 연기를 하려 했다. 그 자체가 모험이었지만 박정환은 그렇게 해야 맞다고 생각했다. 그는 "감독님도 '연기가 좀 밋밋한 것 같다. 왜 가만히 있냐'고 계속 얘기하셨다. 목석 같았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나는 다 하고 있었다. 나중에 편집실 가서 보시면 아시더라. 그런 연기들이 오히려 박정환이란 이름을 더 깊은 인물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목석 같다고 했다. 너무 극을 무겁게 만들어 가는거 아니냐는 생각도 했을 것 같다. 그러다 몇 회 지나니까 다들 아시더라. 5회 끝나고나서 유하 감독님한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굉장히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깊이 있는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정환이는 속이고 있는걸 다 안 보여준다. 그게 드라마에선 되게 위험한 거다. 시청자들이 반은 알고 있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난 다 모르게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반전도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사실 시작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고 온갖 더러운 욕망과 권력에 맞서는 박정환은 연기하기 참 어려운 인물이었다. 때문에 절제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려 하지 않는 김래원의 묵직한 연기는 더 큰 도전이었다.
김래원은 "시한부 연기에 있어서는 처음에 내가 선택을 잘 한 것 같다. 작가님도 물론 좋은 팁들을 많이 주셨다. 바로 2회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너무 죽는다는 두려움과 슬픔에 젖어서 연기하지 않았다"며 "그랬으면 되게 무겁고 지치고 힘든 인물이 됐을 거다. 그래서 일부러 그 부분을 배제했다. 아프고 힘든 부분은 어느 순간에만 온 힘을 다해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그 외에 일적으로 부딪히고 그럴 때는 아픈 사람이 아닌 것처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거나 힘든 상황을 표현할 때 확실하게 했다. 고통스러울 때 정말 아픈 사람처럼 하려고 특별히 신경을 써서 많이 했다. 영화에서나 할 수 있을법한 것들이었다. 나 때문에 약간 촬영이 지체되기도 할 정도로 내가 그런 것에 집착을 좀 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밖에서 나쁜 짓을 하고 이럴 때 생생해 보이지만 이미 시청자 인식에는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있었을 거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워 하는 부분들을 진정성 있게 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박정환이 죽음을 맞기 전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김래원은 "대사에서도 있었다. 이태준한테 '죽는건 안 무섭다. 지금 살아서 이걸 겪고 있는게 못 견디겠다'고 했다. 죽음 앞에서 혼자 있는 시간, 두려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 그려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조금 있지만 박정환의 뜻은 정확히 표현됐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김래원이 생각하는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좋았던 장면이 정말 많다. 하경이(김아중)가 우리 딸 예린이(김지영)가 처음 생겼다고 사진 보여줄 때 느낌들이 되게 좋았다. 정말 사랑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있었던 처음의 모습이니까 좋았다"며 "하경이에게 '살고싶다'고 그 전에 엄마가 우는데 내가 참고 있다가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도 기억난다. 그건 계산한게 아니었다"고 답했다.
"엄마를 보고 있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고나서 하경이에게 '살고싶다. 예린이 보고싶다. 저 사람 그대로 못 둔다. 기필코 꺾겠다'고 하는데 그 때 마음대로 연기했다. 대사만 거의 그대로 하고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부분인데 옛날에 영화 '해바라기' 장면에서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펀치' 11회 우는 신에서 해결됐던 것 같다. 이건 개인적인 거다. '그게 뭐 대단해?'라고 할 수 있지만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만족도 있는 연기를 했었다."
김래원이 본인도 만족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엇던 것은 함께한 배우들 덕도 크다. 그는 "조재현 선배님은 진짜 대단하신게 선후배간의 벽을 본인이 먼저 깬다. 김아중과는 점점 좋아졌다. 극하고 같이 갔던 것 같다"며 "최명길 선배님, 온주완에겐 쫑파티에서도 '정말 고맙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반전이 되는 역할로 내가 받쳐주겠다'고 했다. 너무 다 잘 해줬다. 우리 딸 김지영도 특히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칭찬했다.
박경수 작가와의 첫 호흡도 김래원을 배우로서, 연기적으로 흥분시켰다. 김래원은 "대본이 좀 어려웠다. 아무래도 깊이 있고 티 안 나는 연기를 해야한다. 계산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표정으로만 상황들을 설명하는 연기를 했는데 다행히 이런 부분이 박정환이라는 인물을 초반에 더 깊어지게 표현할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절제해서 했다. 이건 위험한 시도다. 자칫 전달이 안되면 인물의 진정성이 하나도 없고 이상한 연기가 되는데 그게 적절하게 잘 된 것 같다. 그건 영화의 영향인 것 같다"며 "박경수 작가님은 진짜 훌륭한 작가님이다. 주옥같은 대사들이 훌륭하고 반전도 굉장히 똑똑하다"고 말했다.
"1~2년 전부터 계속 생각했다. 내가 할 게 있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몰라주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배우로서 '나는 내공도 있고 변화된 것이 나도 느껴지는데 왜 몰라주나' 이런 생각을 했다. 근데 이번 '펀치'를 통해 그런 것들이 많이 해소된 것 같다. 성장하면서 내공 같은 것들이 연기를 통해 느껴진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도 느낀다. 일상에서도 느낀다. 변화한 나에 대해 느낀다."
[배우 김래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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