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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걸그룹 f(x)의 신곡 '포 월즈(4 Walls)' 뮤직비디오는 그동안 f(x)가 내놓은 어떤 뮤직비디오보다 가장 추상적이지만, 반면 메시지는 가장 또렷하다.
▲ "넷은 하나다"
주제는 꽤 명확한 편이다.
뮤직비디오는 초반 1대1 비율의 정사각형 화면으로 시작해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들며 화면의 비율이 확장된다. 이는 현실과 꿈의 세계를 구분 짓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앨범 타이틀인 '네 개의 벽'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f(x)는 길이가 똑같은 '네 개의 벽'이 균형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미 티저에서 암시한 바 있다.
뮤직비디오에도 이 정사각형 이미지를 삽입하며, 결국 f(x)가 이번 앨범에서 줄곧 내세우고 있는 숫자 '4'를 뮤직비디오에서도 분명히 말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4'란 곧 4인조 재편을 의미하고, 네 개의 벽으로 만든 정사각형은 네 명의 완전한 조화로 이룬 '하나'를 뜻한다.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이 주제를 추상적인 이미지로 신비스럽게 펼쳐낸다.
▲ '하나'란 자각과 파멸의 구원
생기를 잃은 눈빛으로 잠에서 깬 현실의 네 소녀들은 한 소녀가 컵을 깨고, 컵이 사라져 바닥에 쏟아버린 물을 다른 한 소녀가 밟고 넘어지며 모두가 꿈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소녀들은 미로 속을 헤매듯 무언가 찾아 뛰어다니는데, 이 세계는 '포 월즈' 노래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미로'의 세계다.
그런데 사실 이 꿈의 세계는 일종의 자각이다. 소녀들이 찾는 게 바로 소녀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꿈의 세계에서 소녀들은 현실에선 상실된 생기를 체험하고, 수풀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목격하게 된다. '너로 채운 Mirror Mirror'란 노랫말처럼, 바닥에 물을 쏟거나 넘어지는 다른 소녀의 모습을 마치 거울 속 자신을 보듯 마주하는 것이다.
인상적인 건 현실에선 크리스탈이 물을 쏟고 빅토리아가 넘어지는 것과 달리 꿈의 세계에선 빅토리아가 물을 쏟고 루나가 넘어지는 것인데, 이를 크리스탈과 엠버가 목격하게 된다는 건 즉 네 소녀가 독립된 존재가 아닌 하나로 연결된 존재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역시 그 사실을 파멸을 계기로 진입한 꿈 속에서야 비로소 자각하게 되는 셈이다.
뮤직비디오는 '넷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소녀들이 서둘러 현실의 세계로 뛰쳐나가는 것으로 이어진다.
파멸로부터 '서로를 구하기 위해서'란 명확한 목적으로 뮤직비디오는 치닫게 된다.
크리스탈이 물에 빠지자 빅토리아가 물이 가득한 욕조 속으로 얼굴을 묻는 것에는 구원, 꿈의 세계에서 깨진 컵을 밟아 피 흘린 루나가 제일 먼저 현실의 세계로 뛰쳐나가는 장면에는 희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떨어지는 컵을 받기 위해 달려가는 소녀의 얼굴이 거듭 바뀌는 건 '넷은 하나다'란 주제를 되새기는 순간이다. 그리고 떨어지는 컵을 받아내며 하나가 된 넷이 파멸을 막았다는 주제를 완성하며 뮤직비디오는 마무리 된다.
결국은 하나가 된 넷이 위기에서 서로를 구했다는 주제다. 왠지 거창한 해석일 수도 있겠으나, f(x)가 4인조로 재편된 우여곡절의 과정과 f(x)가 컴백 프로모션부터 '4'를 강조해온 것을 떠올려 보면 이들이 이번 앨범과 뮤직비디오로 얼마나 4인조의 굳건함과 끈끈함을 드러내고 싶었는지 그 의지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사진 = f(x) '포 월즈' 뮤직비디오]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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