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2015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한국어 초연 후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초연의 감동은 그대로 전하되 더 업그레이드된 무대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어느 시대에든 꼭 필요한 작품임을 입증하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기구한 운명의 청년 장발장의 숭고한 인간애와 박애정신, 인간의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그린다. 빅토르 위고의 탄탄한 원작을 배경으로 한 웅장한 선율의 음악이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지난 2012년 한국 관객들을 처음 만난 '레미제라블'은 당시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와 호흡, 한계가 없는 무대로 호평을 얻었다. 특히 180분의 송스루 뮤지컬인 만큼 풍성한 음악으로 승부한 '레미제라블'은 희망, 꿈, 사랑, 정의라는 교훈을 오롯이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전했다.
이번 2015 '레미제라블' 역시 마찬가지. 치열한 오디션 끝에 발탁된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이고 오리지널의 탄탄함과 한층 보완된 다양한 요소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레미제라블' 배우들은 7개월간 10차에 걸친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친 만큼 완벽한 연기와 가창력을 보여준다. 초연을 이끈 배우들은 물론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해 잘 어우러지면서 '레미제라블'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토호 프로덕션에서 장발장을 연기하며 한국 배우의 출중한 실력을 빛낸 양준모는 장발장 그 자체. 장발장의 굴곡진 인생을 안정적으로 연기하며 다양한 연령대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김우형의 폭넓은 연기 역시 관전 포인트. 초연 '레미제라블'에서 혁명을 주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앙졸라 역을 맡았던 김우형은 이번엔 자베르 역을 맡아 새롭게 무대에 올랐다.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장발장과 대립하는 자베르의 혼돈스러움이 김우형의 한층 물오른 연기와 만나 더욱 극대화됐다.
여기에 22살 네덜란드 '미스사이공'에서 킴 역을 맡고,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30년간 공연되고 있는 세계적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동양인 최초로 판틴 역을 맡아 활약한 전나영 역시 시선을 모은다. 한국 공연에 판틴 역으로 합류한 전나영은 판틴의 휘몰아치는 인생을 풍부한 감성으로 연기해 몰입도를 높인다. 정확한 발음과 풍부한 감성이 만나 인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보고 듣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이와 함께 새롭게 앙졸라 역으로 합류한 민우혁은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혁명을 주도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그간 소극장, 중극장에서 갈고 닦은 가창력을 대극장에서도 폭발시킨다. 임기홍, 박준면 역시 코믹하면서도 악랄한 부부를 연기하며 극을 더욱 활기차게 한다.
주요 인물들 뿐만 아니라 앙상블들 역시 눈을 뗄수 없게 만든다. 각 장면이 다소 무겁게 그려지는 가운데서도 이야기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주요 인물을 비롯 앙상블들이 무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때문일 것이다.
실력파 배우들이 한데 모여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인물을 표현하며 '레미제라블'의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시키는 가운데 이야기의 힘은 더욱 강해졌고, 무대 역시 탄탄해졌다.
특히 일반적인 무대 디자인인 프로시니엄 사각형 프레임을 벗어나 좌우측 벽면을 따라 무대장치가 연속되도록 만든 무대인 '하나미치(花道)' 무대 형태는 관객들이 오롯이 무대 자체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든다. 단순히 작품 자체만이 아니라 관객의 시야까지 고려해 작품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 스태프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한정된 공간부터 파괴하니 각각의 장면들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배우들의 등퇴장부터 바리케이트 장면, 자베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살리는 동굴 장면 등이 무대 장치와 조명을 통해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되면서 완성도를 높인다.
무대 위에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완벽하니 '레미제라블'이 전하는 메시지 역시 더 깊게 다가온다. 특히 현 시대가 혼란스러운 만큼 '레미제라블'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인간의 원초적인 삶 자체를 그리는 동시에 혁명을 주도하는 시대가 함께 하니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묵직한 메시지가 전해질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사회도 마찬가지. 시대가 흐르고 발전했다고 해서 대립과 혼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미제라블'은 어떤 시대에 대중을 만나든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공연 역시 마찬가지. 현실감을 높이는 탄탄한 무대와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니 '레미제라블'은 어느 시대든 꼭 필요한 뮤지컬임이라는 것이 더욱 깊이 가슴에 와닿는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가 그저 관객들의 재미만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레미제라블'은 큰 의미가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시간 180분. 2016년 3월 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1544-1555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이미지. 사진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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