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윤공주가 지닌 그릇 안의 물은 고여 있는 법이 없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물은 흐르고 또 채워져 그릇 또한 더욱 커진다. 무대에 대한 열정은 훨씬 뜨거워지고 작품에 대한 사랑 역시 더 커진다. 이에 인물 표현력은 더 깊어져 관객과의 거리는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
윤공주의 그릇은 뮤지컬 ‘아이다’를 통해 더 커졌다. 타이틀롤 아이다 역을 맡은 그의 열정은 지금 너무나도 뜨겁다. 무대, 작품, 인물, 동료, 관객과 사랑에 빠졌다. 그의 아이다가 더욱 진심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뮤지컬 ‘아이다’는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 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전설과도 같은 러브스토리를 소재로 하는 작품. 극중 윤공주는 운명적인 사랑과 함께 성장해가는 지도자의 모습을 그린다.
윤공주는 “점점 아이다가 되어 갈수록 관객의 기운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무대에 있는 나와 관객석에 있는 관객들이 같이 가는 느낌이 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점점 아이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에너지가 더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분별력이 조금 생겼죠. 항상 무대라는 게 서면 설수록 편안해지는 게 있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편안해졌어요. 초반에는 그 그림에 들어가려고 애썼다면 지금은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어요. 관객들 역시 점점 무대 위의 아이다로서 봐주시는 게 느껴지죠. 그게 느껴지니까 저도 더 녹아들게 되고요.”
시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뮤지컬 ‘아이다’는 지도자의 이야기를 한다. 시국과 맞물리기 때문에 윤공주 역시 ‘시국과 맞물려서 관객도 더 느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에 바람직한 리더를 인물에 더 녹여내려 한다. “진짜 많이 잘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이다는 리더로서 지켜야 하는 백성, 지켜야 하는 나라, 지켜야 하는 아버지, 원수를 사랑하는 갈등이라는 상황에 놓여 있어요. 조금 더 강해야 되고 조금 더 끌고 가야 되는 입장에 있죠. 사실 전 리더라고 해서 나 혼자 이끌어 간다고 절대 생각 안 해요. 내가 이끌려면 이끌려 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어차피 다 같이 하는 거죠. 나 혼자 이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이끌려 와줘야 돼요. 분명히 중심을 잃으면 안 되지만 다 같이 해나가야 하는 것들에 더 집중해요.”
타이틀롤이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던 것 또한 다 같이 해나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타이틀롤이라고 해서 남다르게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항상 열심히 하고 최대한의 것을 끌어내려 노력 하는 것이 윤공주이기 때문에 항상 해왔던 것처럼 아이다를 만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중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는 “분명히 그건 있다. 쭉쭉 나아갈 수 있게 하려면 내가 끊어지면 안 되고 내가 중심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며 “다행히도 그 중심을 감당할 수 있는 딱 적절한 시기에 아이다 역을 맡은 것 같다”고 밝혔다.
“몇년 전에 ‘아이다’를 만났다면 감히 감당할 수 없었을 거예요. 딱 필요한 시기에, 할 수 있을 때 그런 역할이 오는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그나마 앞선 경력이 있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생긴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인 것 같아요. 작품을 이끌어간다는 것을 공연 하면서 느끼죠. 그러면서 또 많은걸 배우고 있고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안 나오는 장면이 없어요. 근데 그게 그 세상 안에 더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아이다’에 대한 윤공주의 사랑은 확실히 남달랐다. “항상 최고의 공연을 하려고 하지만 그러지 못해 맨날 아쉽다”면서도 “그러다 보니 다음 공연이 더 기다려진다. 사랑하는 사람 보고싶은 것처럼 기분 좋으면서도 아쉽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아이다’라는 작품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과거엔 ‘내가 아이다를 감히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이미지도 그나마 암네리스가 맞는 것 같았고요. 아이다는 생각도 못했죠.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 마그리드, ‘아리랑’ 수국이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아이다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얘기를 해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죠. 그렇게 아이다를 연기하게 됐는데 사실 제 안에 있는 정서는 아이다와 맞는 부분이 많아요.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없고 너무 잘 맞죠. 아이다와 하나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려운 부분들이 없었어요. 그냥 너무 좋아요. 연기하면서 점점 더 동일시되는 게 느껴지니까 진짜 다음 공연이 기대돼요.”
윤공주는 아이다와의 공통점을 묻자 “야생마 같은 면이 내 안에도 있다”고 답했다. “호기심이 진짜 많고 모르는 곳에 가서 자연을 느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나는 누구이고, 어디 있고를 생각하면 아이다로서 저절로 표현이 돼요. ‘거칠고 강하게 해야지’ 하면서 하는 부분은 없죠. 누비아의 공주로서 이끌고 쓰러지지 말라고 하면 당연히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사랑에 빠지면 더 절절하게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몇 번 공연을 하니까 그게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 내 자신이 느껴져요.”
뮤지컬 ‘아이다’. 공연시간 165분. 내년 3월 1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MD인터뷰②]에 계속
[뮤지컬배우 윤공주.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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