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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신한은행 행장님이 오셨다던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31일 신한은행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짐짓 걱정했다. "신한은행 행장님이 오셨다던데"라고 했다. 신한은행이 현장을 방문한 구단 고위층 앞에서 전투력이 상승할 것을 우려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어떤 팀인가. 어지간해서 연패를 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졌거나 고전했던 팀을 상대로 다음 라운드 맞대결서 그 이상의 위력으로 되갚은 케이스가 적지 않았다. 위 감독은 "강팀이라면 꾸준하게 좋은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15일 신한은행과의 3라운드 맞대결서 55-58로 졌다. 개막 13연승이 끊겼다. 시즌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우리은행 특유의 공수 시스템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다. 반면 신한은행은 준비한 변칙 디펜스와 외곽 공격이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우리은행이 부진해도 상대가 잘 하지 못하면 우리은행이 패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우리은행이 부진했고, 신한은행은 잘 했다.
우리은행은 이틀 후(17일) KB를 19점차로 대파, 연패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결과를 떠나서 내용이 더욱 완벽했다. 박지수의 프로 데뷔전을 완벽하게 망쳤다. 그렇게 우리은행은 28일 하나은행전까지 다시 4연승을 내달렸다.
그리고 다시 신한은행전. 우리은행이 또 한번 저력을 보여줬다. 시종일관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경기 막판 꽤 달아났다. 3라운드 맞대결 패배 아픔을 설욕하기엔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한편으로 신한은행도 졌지만,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초반에는 우리은행이 당황했다. 신한은행의 강력한 외곽 스위치 맨투맨에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존쿠엘 존스 대신 모니크 커리가 들어가서 알렉시스 바이올레타마를 상대로 탑에서 3점포를 넣으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이때가 1쿼터 종료 5분21초 전이었다. 약 4분10초간 단 1점도 넣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우리은행은 다시 리드를 빼앗기기 않았다. 필살기 존 디펜스 트랩 프레스를 가동했다. 1-2-2 대형과 2-1-2 대형, 맨투맨 프레스를 혼용했다. 신한은행은 실책을 쏟아냈고, 우리은행은 빠른 트랜지션으로 손쉬운 득점을 만들었다. 커리와 존스 모두 빠르기 때문에 무난히 적응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은 이후 5~6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게 두 팀의 전력 차이였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신한은행이 추격하는 흐름마다 정확한 외곽포로 숨통을 끊었다. 진정한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베테랑 임영희와 양지희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서 박혜진의 정확한 야투가 큰 힘이 됐다. 신한은행의 타이트한 수비에 공간을 만들어냈고, 빠른 타이밍에 슛으로 처리했다. 경기종료 2분18초전 3점포가 결정적이었다.
더 이상 식스맨이라고 볼 수 없는 최은실도 알토란 활약을 했다. 전반 막판 흐름을 장악하고 달아날 때 연이어 외곽포를 가동했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 외곽포를 의식, 피딩 능력이 있는 존스에게 더블팀을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최대한 버텼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최은실은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은행은 경기 막판 2~3분을 남기고 신한은행의 집중력 저하를 놓치지 않았다. 기어코 15점 내외로 달아나며 신한은행을 압살했다. 역시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이었다. 똑같은 상대에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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