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작년보다 세팅이 잘 됐다."
두산은 KBO리그에서 파트별 멤버 구성이 가장 탄탄한 팀이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파트가 불펜이다. 그동안 타선과 선발진의 엄청난 위력으로 불펜의 조그마한 약점도 지웠다. 하지만, 파트별 전력은 균형을 갖춰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때문에 올 시즌에도 두산의 숙제는 불펜진, 즉 필승계투조 재구축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여유가 눈에 띈다. 그는 "작년보다 세팅이 잘 됐다",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없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 감독 부임 이후 매년 필승계투조 운용이 안정적이지 않았다. 2015년에는 마무리로 내정한 노경은(롯데)이 스프링캠프서 턱 관절 부상으로 이탈했다. 대체자로 지목된 이현승마저 시범경기 도중 타자의 타구에 손가락을 다쳐 시즌 초반 결장했다. 이후 윤명준을 거쳐 전반기 막판 다시 이현승으로 자리가 잡힐 때까지 셋업맨~마무리로 이어지는 흐름은 매우 위태로웠다. 세부적인 틀이 계속 흔들리면서, 안정감이 떨어졌다. 두산은 초반부터 쭉쭉 승수를 쌓았지만, 불안한 필승계투조가 팀을 곤혹스럽게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16년에는 돌아온 정재훈과 이현승이 초반부터 메인 셋업맨과 마무리를 맡아 승승장구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승수 쌓기에 주력, 두 베테랑을 살짝 무리시켰다. 다만, 두 사람을 뒷받침해야 할 다른 불펜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 게 뼈 아팠다 김강률, 오현택, 함덕주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여름이 되면서 정재훈과 이현승의 페이스가 떨어졌고, 급기야 정재훈은 시즌 아웃됐다. 불펜이 시즌 막판까지 불안했다.
올 시즌에는 필승계투조가 예년보다 튼실해질 조짐이다. 지난해 막판 제대한 이용찬과 홍상삼이 시즌 초반부터 가세한다. 이용찬은 지난 시즌 직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예상보다 재활 페이스가 빨랐다. 26일 잠실 LG전서 복귀전을 갖는다. 김 감독은 이용찬과 이현승 더블스토퍼로 필승계투조 맨 뒤를 꾸릴 예정이다.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복귀한 사이드암 김성배(3경기 무실점)도 시범경기부터 페이스가 좋다. 또 다른 베테랑 김승회는 시범경기 페이스가 썩 좋지 않지만, 언제든 필승계투조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좌완 이현호도 있다.
우완 조승수의 성장, 신인 우완 김명신의 등장도 반갑다. 조승수는 5경기서 평균자책점 2.08, 김명신은 3경기서 평균자책점 1.29다. 특히 김명신은 25일 잠실 LG전서 만루 위기서 승계주자를 단 1명만 홈으로 보내줬다, 두 타자 연속 내야땅볼로 처리하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신인답지 않은 배짱과 핀 포인트 제구력이 돋보인다.
이밖에 일단 2군으로 내려간 또 다른 신인 사이드암 박치국도 비밀병기다. 시범경기서는 페이스가 좋지 않지만, 김강률이 지난 2년간의 부상 터널에서 빠져 나온 것도 눈에 띈다. 우완 기대주 고봉재, 영원한 장신 기대주 장민익도 대기 중이다.
올 시즌에는 예년보다 자원이 많다. 마무리는 확정적이지만, 메인 셋업맨이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스페셜리스트들도 대기 중이다. 김 감독은 "기록보다는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다. 쓰임새와 장, 단점을 종합적으로 파악, 필승계투조 구축 작업을 섬세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내부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시범경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규시즌 개막 이후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게 고무적이다. 1~2명이 부상 혹은 부진으로 이탈해도 언제든 다른 자원으로 메워 낼만한 구성을 갖췄다. 필승계투조 운용의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안정성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김명신(위), 이용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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