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국농구도 화려한 걸 원하지 않는다. 수비, 리바운드, 속공을 가장 강조했다."
삼성생명 고아라는 최근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4월 말부터 WNBA LA 스팍스의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했다. 2017시즌 WNBA 시범경기에도 두 차례 출전했다. 3일 뉴욕 리버티전서 4분18초간 2점, 7일 샌안토니오 스타즈전서도 2분25초간 뛰었다.
고아라는 14일 개막하는 WNBA 정규시즌에 출전하지는 못한다. LA 스팍스의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애당초 정선민, 김계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한국인 WNBA리거가 될 것이라고 본 사람은 없었다.
고아라는 2007년 WKBL 데뷔 이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임근배 감독 부임 이후 서서히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으면서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개인 커리어하이 기록을 찍었다. 작년 여름에는 국가대표도 경험했다.
여전히 불안정한 부분은 있다. 기복이 심하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100% 쏟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고아라는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삼성생명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은행과 혈투를 치렀다. 하지만, 고아라는 달콤한 휴식 대신 도전을 택했다.
WNBA에 도전하면서 농구에 대한 의지와 마인드를 다잡았다. 삼성생명 한치영 사무국장은 "도전에 대한 순수한 의지다. 구단은 도와준 게 거의 없다. 추천서도 써주지 않았고, 영상 제작에만 도움을 줬다. 직접 알아서 준비했고, 현지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았다"라고 했다.
삼성생명이 보내온 코멘트에 따르면, 고아라는 잠시나마 WNBA를 경험하면서 성장했다. "캠프기간 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은 적이 없었다.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즐거웠고, 행복했고, 가슴 뛰는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고아라는 "기본적인 걸 요구했다. 미국이 개인기 좋은 선수들이 많아 화려한 걸 요구하는 분위기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수비, 리바운드, 속공 등을 가장 강조했다. 공격도 서서 한 사람이 1대1을 하는 게 아니라 모두 움직이면서 찬스를 만들어내길 원했다. 그리고 운동하는 모든 순간에 더 집중하길 원하더라"고 했다.
이 대목은 상당히 중요하다. 2년 전 광주유니버시아드를 현장에서 취재할 때 NCAA 남자농구 명문 캔자스대학의 주요 경기를 지켜봤다. 당시 캔자스대학은 화려함보다 철저히 기본을 지키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수비할 때 팔을 수직으로 곧게 뻗어 최대한 낮은 자세로 따라붙어 불 필요한 디펜스파울을 최소화하면서 슛을 어렵게 던지게 하는 부분, 턴오버로 속공을 허용해도 끝까지 따라가서 블록을 시도하는 부분, 전 선수가 리바운드와 박스아웃에 가담하는 부분, 확실하게 스크린을 걸어주고, 상대의 스크린을 최대한 방해하는 부분들이다.
그런 부분이 모이고 모여 탄탄한 전력이 구축됐다. 당시 미국대표로 출전한 캔자스대학은 남자농구 우승을 차지했다. 화려해 보여도 시작은 기본이었다. 고아라는 "전체 기간이 길지는 않아서 플레이가 확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선수들이 진지하게, 집중력 있게 하더라. 농구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많이 놀랐고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임근배 감독은 챔프전 이후 "여자농구 선수들 중에서 아직도 자신이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 남들 앞에서는 부족하다고 말해도 스스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마인드로는 발전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뼈 있는 발언이었다.
고아라는 임 감독이 말하는 여자농구의 나쁜 틀을 깼다.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넓은 바다로 나갔고, 농구의 기본과 열정이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을 얻고 돌아왔다. 고아라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몸 푸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찼다. 절대로 잊지 못할, 행복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나 아닌 다른 한국선수들도 꼭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용기를 내서 WNBA에 부딪혀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아라. 사진 = 삼성생명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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