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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아산 김진성 기자] 삼성생명 에이스 엘리사 토마스가 잠시 빠졌다. 그러자 우리은행이 서서히 흐름을 장악했다.
19일 아산 이순신빙상장체육관. 삼성생명은 2쿼터 중반까지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김한별이 경기를 운영하고 2년차 이주연, 롤 플레이어 최희진, 외곽슛을 장착한 베테랑 빅맨 허윤자의 조합이 괜찮았다. 연계플레이 성공률이 높았다.
26-26 동점. 2쿼터 7분전이었다. 토마스가 리바운드를 잡고 치고 나갔다. 공수전환 속도가 워낙 빠르다. 이때 이은혜가 적당히 시간을 보낸 뒤 파울로 끊었다. 그러자 토마스가 순간적으로 괴로워했다. 고질적으로 좋지 않은 어깨는 아니었다. 잠시 교체, 안정을 취했다.
이때부터 삼성생명의 아킬레스건이 노출됐다. 2옵션 외국선수 레이첼 할리비의 허술한 기량. 반면 우리은행 보조 외국선수 데스티니 윌리엄스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체력과 골 결정력이 올라오는 게 확인됐다.
위 감독은 임근배 감독이 할리비를 넣자 동시에 윌리엄스를 넣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매치업 됐다. 할리비는 안정감이 떨어졌다. 공을 흘리거나, 골밑 슛 정확성이 떨어졌다. 그래도 김한별과 박하나가 집중적으로 볼을 투입했다. 할리비는 자유투도 4개 중 1개만 넣었다. 결국 4분44초전 다시 토마스가 나섰다.
하지만, 서서히 팽팽한 승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위 감독은 토마스가 나왔음에도 나탈리 어천와 대신 윌리엄스를 넣었다. 다분히 챔피언결정전을 의식한, 윌리엄스 게임체력 향상과 어천와에 대한 체력 안배 차원이었다.
윌리엄스의 경기력은 괜찮았다. 4분2초전, 1분 2초전에 연이어 점수를 만들었다. 토마스도 윌리엄스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스크린을 건 뒤 골밑으로 빠졌고(롤), 다시 공을 잡아 골밑 득점을 올렸다.
우리은행은 2쿼터 막판 두 차례의 턴오버가 옥에 티였다. 그러나 외국선수 2명이 모두 투입되는 3쿼터에 다시 한번 달아났다. 할리비가 거의 삼성생명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이 윌리엄스는 리바운드와 수비로 우리은행에 공헌했다. 할리비와 토마스를 번갈아 잘 막았다.
이런 흐름에서 우리은행 특유의 응집력 높은 리바운드 가담능력, 코트를 넓게 활용한 연계플레이를 통해 나오는 외곽포가 터졌다. 박혜진은 전반전에 외곽슛 성공률이 좋지 않자 미드레인지에서 공격했고, 김정은도 터졌다. 삼성생명은 우리은행 스크린 이후 대처가 되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토마스 특유의 속공으로 추격했다. 다만, 공중에서 이중동작 이후 시도하는 골밑슛 적중률이 높지 않았다. 패스를 해야 할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다 미리 길목을 차지한 우리은행 수비에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3쿼터 중반 이후 잠시 응집력이 떨어지자 토마스의 위력은 배가됐다.
경기종료 7분19초전. 어천와가 5반칙으로 물러났다. 결정적 변수. 그러나 윌리엄스의 컨디션은 준수했다. 곧바로 위력을 보여줬다. 7분전 토마스가 포스트업 이후 팔을 뻗어 슛을 시도하자 끝까지 따라가서 막아냈다.
이후 약 5분간 양 팀 모두 득점이 없었다. 61-54가 이어졌다. 윌리엄스가 움직였다. 2분34초전 토마스를 상대로 포스트업 이후 훅슛을 깔끔하게 집어 넣었다. 9점차. 상당히 중요한 한 골이었다. 우리은행은 이어진 수비에 성공했고, 박혜진이 노련하게 슛 동작 파울을 얻어내 자유투로 점수를 만들었다. 경기가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우리은행의 68-60 승리.
우리은행은 14일 KB전 패배에 이어 이날 역시 전반적인 경기력은 깔끔하지 않았다. 다만, 윌리엄스가 중요한 순간에 효율 높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 승리에 신스틸러 역할을 했다. 알토란 7득점과 11리바운드였다. 정규시즌 6연패 매직넘버 3.
삼성생명은 할리비의 기량 미달, 승부처에 세트오펜스와 얼리오펜스 모두 효율성이 떨어지는 약점, 외곽수비의 약점 등 전반적인 결함을 노출했다.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로포스트에서 공격하는 토마스는 2점슛 성공률이 50%였다. 올 시즌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이날 패배로 산술적인 3위 역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신한은행이 플레이오프행을 확정했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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