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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시큼한 헤비 블루스 리프가 귀를 삼키는 ‘복수’로 여섯개의 달 첫 미니앨범은 시작한다. 여섯개의 달은 나름 씬의 베테랑들이 모인 프로젝트 록밴드다.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EP와 정규작 한 장씩을 내놓고 호평을 받은 더문(The Mu:n)의 정문식(보컬, 어쿠스틱 기타), 휴식기에 접어든 줄리아 드림의 박준형(일렉트릭 기타), 여섯개의 달 음악과 가장 밀접한 장르를 구사하는 미씽 루씰의 강우석(일렉트릭 기타), 구텐버즈의 베이시스트 김서현, 그리고 지난달 8일 미니앨범을 발매한 펑크(Funk)록 밴드 재규어의 박중인(드럼)이 주요 라인업이다. 건반을 치는 박은혜는 ‘복수’와 ‘작은방’, ‘Be In Love’와 ‘공감 2018’에 자신의 연주를 새겨넣었다.
여섯개의 달은 블루스와 로큰롤을 양손에 쥐고 대한민국이라는 세상의 부조리를 하나 둘 건드려나간다. 거기엔 ‘복수’나 ‘We Want No More Fool’ 같은 차가운 분노도 있고 ‘작은방’ 같은 따뜻한 공감도 있다. ‘왜?’라고 물으며 자주성을 호소하면서도 끝내 사랑(‘Be In Love’)을 통한 즐겁고 아름다운 삶을 제안하기도 한다. 화와 공감, 호소와 사랑이 뒤섞인 이들의 메시지는 결국 구원보단 개척을 추구하는 적극성을 내면에 담지해 후끈한 블루스록과 마주서있다. 이런 사회, 정치적 메시지는 음악노동조합인 뮤지션 유니온(정문식은 이 조합의 초대 위원장이었다)의 세월호 기억앨범 ‘그 봄을 아직 기다립니다’에 ‘Left In The Deep’을 제공했던 밴드의 이력에 비추면 일견 자연스럽다. 12년 전 ‘미열’을 발표한 밴드 더문(The Mu:n)의 주인이 이 밴드의 프론트맨 겸 이 음반의 프로듀서인 걸 봐도 여섯개의 달은 확실히 정문식이 주도하는 팀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앨범 제목 ‘Another Step To the Moon’이 의미심장한 것도 그래서다.
여섯개의 달 음악에선 기타 듣는 맛이 쏠쏠하다. 프로그레시브록 밴드를 이끌던 박준형은 어둡고 진지했던 틀에서 잠시 벗어나 로큰롤의 자유를 만끽하는 느낌이고, 강우석은 하드록과 그런지라는 기존 자신의 장기에 블루지 느낌만 조금 더 얹은 모양새다. 둘은 작정하고 개리 클락 주니어 내지는 지미 페이지가 되어 스테판 울프를 타고 블루스록이라는 드넓은 초원을 내달리고 있다. AC/DC의 ‘Back in Business’ 같은 ‘We Want No More Fool’, 롤링 스톤스의 ‘Sympathy For The Devil’을 모던하게 변주한 ‘Be In Love’에서도 두 기타리스트의 포효는 정문식의 외침에 질세라 우렁차다.
밴드의 첫 단독공연이 2014년 3월이니까 여섯개의 달의 활동도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앨범은 EP 한 장이 전부다. 과작의 이유는 각자 팀을 거느리고 있어 자주 모일 수 없어서였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스튜디오 앨범을 향한 멤버들의 각오가 남달랐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소리와 연주에서 좀 더 완벽에 가까운 걸 추구했기 때문일 테고, 그래서 4년 만의 앨범조차도 미니앨범으로 나왔을 것이다. 결과물은 매우 훌륭하고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단명하지 않길 바란다. 다시 4년을 기다려도 좋으니 좀 더 길게 또 깊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꼭 만나보고 싶다. 반드시 생존하길. 건투를 빈다.
[사진제공=쿨럭뮤직(Coolluck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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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마이데일리 고정필진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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