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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팀의 대결은, 결과적으로 ‘773개’의 패스를 시도한 스페인이 ‘36개’ 태클을 기록한 이란에 한 골 차 승리를 거두며 끝났다. ‘점유율 축구’를 대표하는 스페인은 지독할 만큼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했다. 공을 소유하고 패스를 좌우로 크게 흔들며 이란 10백의 빈 틈을 어떻게 찾으려 애썼다. 반면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실리 축구를 입은 이란은 골키퍼를 포함한 11명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 ‘3줄’ 수비망을 구축했다.
좀처럼 깨지지 않던 균형은 세트피스 이후 이란의 수비가 단 한 번 흐트러진 순간을 놓치지 않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전진패스에 의해 깨졌다. 이니에스타는 다비드 실바와의 이대일 패스를 통해 이란 수비수 2명을 따돌렸고, 순간 이란의 맨마킹을 영리한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벗겨낸 뒤 공간을 찾아 움직인 디에고 코스타를 향해 킬 패스를 찔러줬다. 그리고 턴 동작에서 이란 수비가 걷어낸다는 것이 코스타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란 4-5-1 포메이션: 1베이란반드 – 23레자에이안, 19호세이니, 8푸랄리간지, 3하지사피 – 6에브라히미, 9에자톨라히, 10안사리파드, 17타레미, 11아미리 – 20아즈문 / 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
(스페인 4-2-3-1 포메이션 : 1데 헤아 – 2카르바할, 3피케, 15라모스, 18알바 – 5부스케츠, 6이니에스타 - 11바스케스, 21다비드실바, 22이스코 - 19코스타 / 감독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의 패스 축구는 수년 간 밀집 수비를 정면으로 상대했다. 때문에 누구보다 내려선 상대를 무너트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질식 수비는 귀신 같이 공간을 지웠다. 이란은 철저하게 상대의 실수를 기다렸다. 22%의 점유율과 137개 밖에 되지 않은 패스 성공이 이를 말해준다.
이란은 특히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총 38차례 클리어(수비 지역에서 공을 안전하게 처리한 것)를 기록했는데,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공중볼 처리도 19번 모두 성공했다. 크로스 차단도 4차례였고, 가로채기도 13회나 됐다.
몸 싸움에 강한 코스타를 상대로 이란이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간의 간격 유지가 매우 잘 됐기 때문이다. 4명의 포백 수비는 하나의 몸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좌우 측면 미드필더는 수비 지역 깊숙이 내려와 스페인 풀백의 전진을 견제했다. 무엇보다 이란은 각자 자신이 맡은 구역 안에 들어온 선수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지역 방어를 쓰면서 동료가 압박을 위해 전진하면 다른 선수가 내려와 그곳을 메웠다. 말은 쉽지만, 오랜 기간 훈련이 동반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전술이다.
실제로 이란은 2011년부터 7년째 케이로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있다. 중간에 위기도 있었지만, 일관된 프로젝트를 꾸준히 가동하면서 이란은 마치 클럽팀 수준의 수비 조직력을 갖추게 됐다. 이를 두고 ‘늪 축구’, ‘침대 축구’라는 표현을 쓰지만, 세계무대에서 객관적인 전력을 인정하고 자신들만의 생존법을 터득했다고 보는 게 옳다.
이는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직전 레알 마드리드와 몰래 계약한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깜짝 경질하고 페르난도 이에로에게 감독직을 맡겼지만, 그들 역시 스페인이 자랑하는 ‘패스 축구’로 승리를 따냈다. 비록 코스타의 득점에 행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이를 만든 과정은 스페인의 ‘티키타카: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전술’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스페인은 이란전에서 ‘773개’의 패스를 시도해 697개를 성공했다. 패스성공률이 90.2%다. 이 중 긴패스는 겨우 28개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공격수 한 명을 더 투입하고 크로스를 더 많이 시도할 법도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짧은 패스로 이란을 뚫으려 했다.
이란전 최고의 선수는 이스코였다. 그는 무려 유일하게 100개가 넘는 패스를 기록했다. 상대 수비지역에서만 41개의 패스를 성공했다. 이란의 압박을 벗어난 탈압박도 뛰어났다. 12차례 돌파 중 9번을 성공했다.
코스타가 이란의 수비 사이에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스코 덕분이다. 이니에스타가 전진하는 순간 이란의 오른쪽 수비수 레자에이안은 측면에 넓게 포진한 이스코의 움직임을 견제하느라 센터백과의 간격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경기 내내 이란이 잘한 수비가 이스코에 의해 열린 것이다. 레자에이안은 뒤늦게 코스타를 향해 달려갔지만 오히려 그가 차낸 공이 코스타를 맞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점유율 축구’와 ‘안티 풋볼’’은 오랜 기간 앙숙처럼 충돌했다.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 주제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 시절이 대표적이다. 이는 2018년 러시아에서도 계속됐다. 그리고 결과는 ‘773개 패스’로 ‘36개 태클’을 이겨낸 스페인의 승리로 끝났다.
[사진,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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