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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후광 기자] 정진선(34, 화성시청)의 눈에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의 눈물이 흘렀다. 정진선은 그렇게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마쳤다.
정진선과 박상영(23, 울산시청), 권영준(31, 익산시청), 박경두(34, 해남군청)로 이뤄진 한국 남자 펜싱 에페 대표팀(세계 1위)은 22일(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단체전 준결승에서 중국(세계 8위)에 41-45로 패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남자 에페는 세계 최강을 자부한다. 박상영(세계 3위), 정진선(세계 5위), 권영진(세계 15위), 박경두(세계 16위) 등 즐비한 톱랭커들에, 단체전은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의 펜싱 강호들을 넘어 세계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 중 최소 1개 종목에선 금메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개인전부터 시작이 좋지 못했다. 맏형 정진선이 19일 4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알렉사닌 드미트리를 만나 12-15 충격패를 당했다. 세계 대회에서 좀처럼 져본 적 없는 상대였기에 아쉬움은 컸다. 정진선은 “생각지도 못한 선수에게 패했다. 마지막이란 타이틀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할 수 있다’의 신화 박상영은 결승에 진출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1-4로 뒤진 상황서 우측 무릎에 통증이 찾아와 한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부상 투혼을 펼치며 12-13까지 추격을 가했지만 결국 드미트리에게 12-15로 무릎을 꿇었다.
비록 개인전 금메달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에겐 단체전이 있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을 커리어 마지막 대회로 결정한 정진선의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 금빛 메달이 필요했다. 에페 선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단체전에 임했다.
8강에서 이란을 45-26으로 완파한 한국은 준결승에서 세계 8위이자 아시아 2위 중국을 만났다. 중국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첫 주자 박상영의 5-3 승리 이후 근소한 리드가 유지되다 정진선이 10-13으로 패하며 중간점수 25-26 역전을 허용했다. 박상영이 극적인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가 넘어오는 듯 했지만 마지막 주자 정진선이 상대에게 45번째 점수를 헌납하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정진선은 한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 점수를 내줬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정진선은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나로 인해 팀에 큰 피해가 갔다. 죄책감을 느낀다.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내가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마무리를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진선은 그 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후배들을 향해 “너무 감사했고, 좋았고, 미안하다. 안타깝기도 하다”라고 말하며 커리어를 마감했다.
후배 박상영도 정진선의 아쉬운 은퇴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정진선을 두고 “대표팀 들어왔을 때부터 선생님처럼 따르던 형이었다”라고 말한 그는 “이제 선수로서 볼 수 없는 형이 같이 뛰는 마지막 경기에 져서 감정이 복잡하다. 항상 누구보다 짐도 많았고, 활약도 많았던 형이 최종전이라 부담을 느낀 것 같다”라고 했다.
박상영은 “형이 우리에게 미안해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진선이 형 덕분에 진 경기보다 이긴 경기가 더 많다. 마음의 짐을 덜었으면 좋겠다”라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정진선(첫 번째), 박상영(두, 세 번째), 펜싱 남자 개인전 시상식(네 번째). 사진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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