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아산 김진성 기자] "광(光)이 세 개다."
OK 저축은행 정상일 감독은 지난달 29일 2018-2019시즌 개막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고스톱을 빗대 "우리은행은 광이 세 개다"라고 말했다. KB가 강력한 우승후보지만, 3광을 보유한 우리은행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
정 감독이 말한 3광은 우리은행이 자랑하는 국가대표 3인방 임영희, 박혜진, 김정은이다. 실제 WKBL 6개구단 토종 외곽 라인업 중 가장 안정적이고, 폭발적이다. 수년간 WKBL은 임영희와 박혜진이 지배했고, 지난 시즌 김정은의 가세로 더욱 공고했다.
3일 공식 개막전. 3광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위성우 감독은 "정은이가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경기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영희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박혜진이 괜찮았다. 그리고 임영희는 관록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박혜진과 김정은은 올 여름 내내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다. 여자대표팀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이어 테네리페 월드컵까지 소화했다. 윌리엄존스컵, 통일농구까지 장기간 움직였다.
대표팀은 시즌을 준비하는 프로 구단과 다르다. 실전에 필요한 전술, 전략을 만들기 때문에 장기레이스를 준비하는 프로 구단들에 비해 훈련량이 적다. 아무리 휴식의 중요성이 큰 시대라고 하지만, 비 시즌에는 어느 정도 체력을 만들기 위한 강하고 꾸준한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이 필수다. 그걸 가장 잘했던 팀이 우리은행이다. 그러나 이번 비 시즌 우리은행 3인방은 예년에 비해 특히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더구나 김정은은 부상과 재기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예상대로 지난 3월 챔피언결정전 당시의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쉐키나 스트릭렌 수비를 했지만, 어려움이 컸다.
우리은행은 새 외국선수 크리스탈 토마스가 나쁘지 않았다. 토마스의 공격을 살려준 게 박혜진이다. 시간을 두고 호흡을 맞춰가야 할 2대2는 거의 없었다. 대신 간단한 포스트업 공격을 자주 유도했고, 스트릭렌을 상대로 제법 점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박혜진과 임영희가 양념처럼 점수를 보탰다. 신한은행은 동 포지션에서 두 사람을 제어하지 못했다. 박혜진과 임영희가 토마스, 최은실을 활용, 스크린을 받고 간결하게 2대2, 3대3 공격에 성공하면서 손쉽게 주도권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변변한 빅맨이 없는 신한은행의 골밑 약점이 두드러졌다. 리바운드 다툼서 우리은행이 압도하면서, 경기흐름은 일방적으로 흘렀다. 국내선수만 뛰는 2쿼터, 신한은행의 2-3 지역방어에 우리은행이 당황하긴 했다. 그러나 이때도 박혜진과 임영희가 풀었다. 박다정과의 몇 차례 좋은 연계플레이가 나왔다. 김소니아는 적극적으로 공격리바운드에 가세했다. 지역방어의 약점인 공격리바운드 허용이 드러났다.
3쿼터에 들어가자 우리은행이 손쉽게 경기를 주도했다. 임영희가 토마스의 포스트업을 계속 지원했고, 미스매치를 활용한 득점이 나왔다. 반면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의 수비 압박을 버티지 못했고, 외곽슛 컨디션 역시 저조했다. 3쿼터 단 4점. 승부가 갈렸다. 4쿼터는 거대한 가비지타임.
우리은행 3광이 모두 빛나지 않아도 충분했다. 김정은이 좋지 않았지만, 박혜진과 임영희가 건재했다. 절대적인 수준에서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신한은행 경기력이 더욱 좋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70-45 완승. 박혜진이 20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 임영희가 13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토마스는 21점 16리바운드.
토마스 역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신한은행이 확실한 빅맨이 없다는 점, 스트릭렌은 빅맨 수비가 가능하지만,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다는 점, 더구나 신한은행이 토마스를 잡기 위해 변칙적인 수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박지수가 버틴 KB나, 좋은 외국인 빅맨이 있는 KEB하나은행, OK저축은행과 맞붙어봐야 토마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박혜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