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AFC(엔젤스파이팅 챔피언십) 10번째 정규 이벤트가 종료됐다. 쟈코모가 헤비급 챔피언으로 등극한 가운데 이도겸, 서진수는 TKO 승을 따냈다.
AFC는 지난 28일 신도림 테크노마트 특설 케이지에서 'AFC 10 ; Wave of Change'를 개최했다. 이날 메인이벤트에서는 '근육맨' 쟈코모 레모스(31, 브라질)가 무제한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도겸(30, 왕호 MMA)는 페더급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으며, 서진수(30, 코리안 좀비 MMA)와 강지원(25, 왕호 MMA)도 승리를 챙겼다.
메인이벤트로 치러진 무제한급 타이틀전에서는 레모스가 이상수(37, 팀 매드)를 2라운드 종료 닥터스톱 TKO로 제압했다. 이상수는 초반 노련한 움직임으로 타격전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1라운드 중반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오는 레모스의 타격에 큰 대미지를 입으며 주도권을 잃었다.
펀치를 허용한 이상수는 급격히 스탠딩 움직임이 줄어들었고, 이후에도 줄곧 펀치를 허용했다. 다리가 풀리는 등 충격을 숨기지 못하는 장면도 수차례 연출됐다. 더티복싱과 클린치 니킥에 시달리면서도 2라운드까지는 버텨냈으나, 3라운드 시작 전 주심은 이상수의 엄지손가락 골절을 확인하고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로써 레모스는 종합격투기 데뷔전부터 5연속 TKO 승을 달리며 AFC 무제한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통산 세 번째 챔피언 벨트를 노리던 이상수는 아쉽게 물러섰다.
준 메인이벤트에 출전한 이도겸은 1분 54초 만에 펀치 KO승을 거두고 챔피언 문기범(29, 팀 매드)에게 도전할 자격을 따냈다. 후미야 사사키(36, 일본)는 펀치를 맞아도 괜찮다고 어필했지만, 결국 하이킥에 이은 스트레이트 연타로 그로기에 몰렸다. 케이지 바깥으로 크게 몰리다 한차례 위기를 넘기려던 찰나, 스트레이트를 재차 허용해 실신했다.
경기종료 후 이도겸은 "첫 국내무대인데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밝힌 뒤 사투리로 "기분 쥑이네예(?)"라고 말해 객석에 웃음을 선사했다. 또한 "나도 선수다 보니 이젠 벨트 욕심이 난다. 챔피언 문기범 선수와는 아직 SNS에서만 연락해봤다. 하지만 우리는 선수 아닌가. 경기장에서 둘 중 하나는 잠들게 싸워보자"라고 전했다.
'정찬성 제자' 서진수는 '헬보이' 장원준(34, 팀 마초)를 1라운드 종료 TKO로 꺾고 AFC 2연승을 달성했다. 1라운드 초반 파워 로블로에 외마디 비명을 남기며 쓰러진 서진수는 앙갚음이라도 하듯 빠르게 찌르는 견제로 장원준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갑갑해진 장원준이 되치기를 노렸으나 실패해 오히려 상위를 내줬고, 그는 공 울리기 직전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1라운드 종료 직전에는 장원준의 발목에 이상이 생긴 것이 확인됐다. 상위에서 누르던 서진수가 먼저 일어나자 장원준이 따라 일어서려 했으나, 균형을 잃고 다시 주저앉았다. 휴식시간 후 2라운드를 뛰기 위해 몸을 일으켰으나 서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를 본 링닥터는 곧바로 경기를 중단시켰다.
계체 실패를 딛고 큰 상처 하나 없이 승리한 서진수는 지난해 3월 자신을 꺾은 송영재(23, 와일드 짐)와 리매치를 요구했다. 서진수는 "지난번에 송영재가 날 이긴 건 순전히 운이었다. 송영재, 금방 케이지에 눕게 될 테니 쓰러지고 군대나 가라"고 도발했다.
'타격 대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웰터급 경기에서는 의외로 레슬링에서 승부가 갈렸다. 사샤 팔라트니코브(31, 홍콩)는 안재영(31, 팀 마초)의 우직한 타격에 고전했지만, 2라운드 집요한 레슬링과 클린치로 점수를 올리며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사샤는 종합격투기 3연승, 웰터급 전승 행진을 이어나갔다. 안재영은 AFC 데뷔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입식 단체 MAX FC와 KTK의 번외 대결에서는 놀라운 명승부가 터졌다. MAX FC의 권기섭(20, IB짐)은 KTK의 안찬주(25, 대무 팀카이저)를 상대로 3라운드 내내 난타전 끝에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을 거뒀다.
권기섭은 주특기인 킥이 아닌 얇은 오픈 핑거 글러브를 십분 활용한 펀치 싸움을 들고 나왔다. 거리 싸움을 벌일 수도 있었던 안찬주가 이에 흔쾌히 응해주며 경기는 급격히 불타올랐다. 초반에 서로 다운을 주고받았으나 2라운드부터 체력과 정신력에서 훨씬 앞섰던 권기섭이 점수 차를 벌렸다. 안찬주는 2라운드 후반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풀릴 만큼 지쳤지만, 역시 끈질기게 버티며 판정까지 끌고 갔다.
결과는 비록 권기섭의 승리였지만, 객석에서는 두 선수 모두에게 열렬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권기섭과 안찬주 모두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받았다.
AFC 데뷔전에서 놀라운 경기력으로 주목받은 강지원은 또 한 번 화끈한 승부를 펼쳤다. AFC 1차전과 똑같은 양상으로 실신 직전에 몰렸다 살아나 대역전 1라운드 4분 6초 TKO승을 거뒀다. 베테랑 타격가 정철현(36, 영암군청/팀 MPA)은 먼저 다운을 따내며 신예를 위기에 몰아넣는 저력을 보였지만, 11살이나 어린 강지원의 회복력을 이기지 못하고 난전 끝에 쓰러졌다.
강지원은 자신이 최고의 신예로 꼽히는 이유를 화끈한 경기로 증명했으나, 한편으로는 안면 타격에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약점도 드러냈다. 강지원은 데뷔전과 2차전 모두 초반 펀치에 실신 직전까지 몰렸다. 워낙 회복력과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기본기가 좋아 역전했지만 아킬레스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숙제를 안게 됐다.
무한한 공격 본능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보현(21, 웨스트짐)은 AFC 데뷔전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AFC 여성 스트로급 대표주자 장현지(27, 더쎄진)은 능수능란한 타격기로 박보현의 전진을 무마시키며 2라운드 종료 3-0 판정승을 거뒀다. 박보현이 레슬링으로 역전을 노렸지만, 판정단은 스탠딩에서 우위를 점한 장현지의 손을 들어줬다.
5년 만에 실전 세계로 돌아온 '타격의 신' 김도윤(30, 골든보이 짐)은 연장 4라운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캡틴 코리아' 김상호(32, 팀 마초)를 꺾었다. 1, 2라운드에는 김도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5년이라는 긴 공백은 물론 링에서 킥복싱 글러브를 끼지 않고 8각 케이지에서 오픈 핑거 글러브를 껴야 하는 룰의 차이까지 극복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나 3라운드부터는 감을 찾았다.
3라운드 종료 후 1차 판정에서는 한 심판이 김도윤 승을 채점했지만, 두 배심이 무승부를 선언해 경기가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전에서 김도윤은 지치기는커녕 더욱 감을 찾은 모습으로 킥이 나오기 시작하며 경기를 리드했다. 김상호는 "미들킥 열 번 차라"는 코너의 주문도 소화하기 벅차했다. 라운드 종료 직전엔 왼손 카운터를 맞고 그로기에 몰리고 슬립다운된 상대를 때릴 만큼 집중력이 흐트러져 있었다. 결국 후반 가서 살아난 김도윤이 3-0 판정승을 거뒀다.
[사진 = AFC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