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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레이디스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가 여배우들의 열연 끝에 탄생했다.
29일 밤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시크릿 부티크(극본 허선희 연출 박형기)'가 16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시크릿 부티크'는 재벌인 데오가(家)의 하녀로 정재계 비선 실세로 거듭 성장한 제니장이 국제도시개발이란 황금알을 손에 쥐고 데오가 여제 자리를 노리는 이야기로, 배우 김선아와 장미희가 주연을 맡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극중 김선아가 맡은 역할인 제니장은 자신의 엄마를 밀어내고 데오가에 입성하게 된 김여옥(장미희)에게 복수심을 품고 치밀한 계략을 펼치는 인물이다. 꼿꼿하고 빈틈없는 완벽한 인물로 등장하지만, 김여옥 또한 제니장에 못지않은 여왕의 면모를 드러내며 두 사람은 매 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신경전을 펼친다. 또한 김여옥의 딸이자 제니장을 시기하는 위예남(박희본)과 제니장과 협력 관계를 이루는 이현지(고민시) 또한 주요 인물로 등장하며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극의 중심을 이끄는 김선아와 장미희의 대결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전개로 이어지다 마지막 회에서 결국 김선아의 승리로 돌아가게 된다. 죄가 드러난 장미희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되고, 김선아는 새 삶을 살아가며 '권선징악'을 상징한 끝을 맺게 된다.
남녀 배우간의 호흡이 주된 서사를 이루는 멜로 장르와는 달리, '시크릿 부티크'는 로맨스 요소가 현저히 적은 드라마였다. 또 여자들 간의 권력 다툼과 그 안의 깊은 내면이 그려지는 만큼 여배우들의 연기력이 극을 이끌고 가는 주요 요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장미희와 김선아의 연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복수에 눈이 멀었던 제니장이 투쟁의 덧없음을 깨닫고 윤선우(김재영)와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섬세한 감정선은 베태랑만이 할 수 있는 연기였다. 동시에 장미희는 자신의 모든 죄가 드러나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정하며 끝까지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했다. 차에 스스로 약을 타고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꼿꼿하게 최후를 맞이한 장미희의 열연은 김여옥이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었다.
또한 신예 배우 고민시도 김선아의 곁에서 침착하고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는 조력자 이현지의 몫을 톡톡히 해냈고, 박희본 또한 김선아를 시기하고 질투하면서도 한없이 여린 모습을 간직한 위예남 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면서 여배우들의 활약을 주목하게 했다.
야구 생중계로 인한 잦은 결방과 동시간대 KBS 2TV '동백꽃 필 무렵'과 맞붙으며 '시크릿 부티크'는 결과적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서사를 가진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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