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어김 없이 KBO 리그 개막전의 날이 밝았다. 10개 구단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지난 해 최하위로 추락했던 한화는 여전히 '꼴찌후보'로 지목을 당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 보인다.
한화는 시범경기에서 6승 1패로 1위를 차지했다. 무려 20년 만의 일이었다. 시범경기 1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화에게는 과정과 결과 모두 소중하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중심으로 물갈이된 코칭스태프는 '파격'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범경기 내내 보여준 과감한 수비 시프트는 작은 것 하나 허투루 놓치지 않겠다는 '디테일'을 심었다. 수베로 감독과 조성환 수비코치는 상대 타자, 볼카운트 등에 따라 선수들의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데 바쁜 시간을 보낸다. 마치 메이저리그를 보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킨다.
타자들에게는 출루율을 강조하면서 타석에서의 인내심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는 시범경기 팀 타율이 .259로 5위였지만 볼넷은 35개로 3위였다. 수베로 감독이 주목하는 내야 유망주 박정현은 시범경기에서 홈런 2방을 터뜨린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볼넷도 4개를 골라 출루율이 .476에 달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외야수 김민하는 시범경기에서 안타(3개)보다 볼넷(6개)이 두 배 더 많았다. 표본은 작지만 출루율이 무려 .692였으니 개막 엔트리 진입은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개막전 선발투수로 김민우를 낙점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더구나 새로운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는 라이언 카펜터의 컨디션이 워낙 좋았던 터라 개막전 선발투수는 '정공법'을 선택할 것 같았지만 수베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이제는 '토종 에이스'로 성장해야 할 김민우에게 중책을 맡기면서 책임감을 불어 넣었다. 마치 '큰 그림'은 이렇게 그리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듯 하다.
김민우와 카펜터, 그리고 닉 킹험을 '고정 선발'로 확정한 한화는 4~5선발 자리는 탠덤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1+1 전략을 쓰겠다는 말이다. 우완+좌완 조합 등을 통해 다양한 선발 후보군을 활용할 계획. 김이환, 박주홍, 문동욱, 임준섭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만약 이들 중 풀타임 선발투수로 적격한 인물이 나타나면 고정 선발로 발탁할 수 있다. 이미 시범경기 막판 실전 점검에 나선 장시환도 투구수를 예전처럼 끌어올린다면 한화의 선발 운용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한화를 꼴찌후보로 꼽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화가 외국인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면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베테랑 선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난 가운데 이렇다할 전력보강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화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과정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1위를 통해 패배 의식을 깨고 출발선에 섰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이제 144경기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한화가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한다면 올해 KBO 리그는 훨씬 재밌어 질 것이다.
[한화 박정현(왼쪽)과 김이환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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