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청보 에이스 임호균, 핵타선 해태 상대로 작성...KBO 깨지지 않는 기록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맥스 프리드(27)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9이닝동안 90개를 던져 완봉승을 거두었다. 애틀랜타 팀으로서는 그렉 매덕스(55) 이후 21년만에 처음으로 90개 이하 완봉승을 거둔 투수가 됐다며 화제가 됐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도 세인트루이스의 애덤 웨인라이트(40)가 불혹의 나이에도 ‘매덕스 완봉승’을 거두었다.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88개만 던져서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나이가 올 해 한국나이로 41살이어서 더 조명을 받았다.
'매덕스 완봉승'은 통산 355승을 거둔 애틀랜타의 전설적인 투수 그렉 매덕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100개 이내의 공으로 완봉승을 거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이보다 더 어머어마한 기록이 있다. 투구수 90구, 88구와 비교를 할 수 없다. 73개만 던지고도 완봉승을 거두었다. 지난 8월 25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주인공은 전 청보핀토스 투수였던 임호균(65)이다. 지금으로부터 34년전인 1987년 8월25일 인천구장. 이날 인천이 연고인 청보 핀토스의 에이스 임호균이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어마 무시한 타선을 가진 해태였다.
1987년 해태 타선은 정말 엄청났다. 1번 백인호를 시작으로 송일섭-김봉연-김성한-김종모-한대화-이순철-장채근-서정환이었다. KBO리그, 아니면 해태 시절을 기억하는 야구팬이라면 이 타선을 보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야구 올스타 타선이 아니라 한 팀이기 때문이다. 1번부터 9번까지 어느 한 명 쉬이 볼수 없는 타자들이다. 특히 해태는 김응용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후 1983년, 8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데 이어 89년까지 4연패를 달성한 시기였다.
정말 핵타선이라고 할 수 있는 해태 타자들을 상대로 임호균 투수는 단 73개의 공을 던져 5-0 완봉승을 이끌었다. 경기 시간은 1시간 54분. 73개 완봉승은 앞으로도 깨질수 없는 KBO의 기록으로 남아 있을 듯 하다.
KBO가 존재하는 한 역사에 남을 당시 기록지를 한번 보자. 임호균은 9회 동안 27타자만을 상대했다. 퍼펙트도 아닌데 27명만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 볼넷 한 개와 안타 2개 등 3명을 진루시켰지만 이 3명을 모두 병살로 처리했다. 한 명의 주자도 2루를 밟지 못했다. 투구수는 1회 8개를 던진 후 5-9-9-9-6-12-8-7로 마무리했다. 총 투구수 73개. 이닝당 8.11개. 타자당 2.7개였다.
특히 2회에는 4번 김성한-5번 김종모-6번 한대화를 상대로 5개만 던지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한타자를 상대로 가장 많이 던진 것은 7회 선두타자로 나선 1번 백인호를 상대한 7개였다. 초구를 건드린 타자는 5명, 2구는 10명이었다.
당시 꼴찌팀의 에이스였던 임호균은 저녁 6시59분 마운드에 올라 정확히 1시간54분만인 8시53분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임호균은“특별히 컨디션이 좋은 날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집중하면서 던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임호균은 “투수가 가장 잘 던져야 하는 공은 속구도, 어떤 진귀한 변화구도 아닌 스트라이크이다"며 ”투수는 타자에게 공을 치라고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아무리 잘치는 타자라도 3할 타자다. 즉 7할은 범타일 뿐이다. 투수에게 훨씬 유리한 싸움이다"고 덧붙였다.
임호균씨는 여담으로 “빨리 빨리 던지고 덕아웃에 들어가 앉아 쉬어야지, 왜 더운날 오래 마운드에서 벌을 서냐”고 웃는다.
참고로 KBO의 정규이닝 최단시간 경기 기록도 임호균씨가 갖고 있다. 1985년 9월21일 부산 구덕구장의 청보-롯데전에서 그는 3-0 완봉승했다. 경기 시간은 1시간 33분이었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 정규이닝 최소 투구 완봉승은 58개이다. 1944년 보스턴 브레이브스의 레드 바렛이 8월11일 신시내티전에서 '58구' 2-0 완투승을 거두었다. 경기시간은 1시간 15분.
그는 임호균씨와 비슷한 말을 했다. "삼진을 잡으려고 하는 투수는 어리석게 보인다. 나는 초구부터 타자들이 칠 수 있는 공을 던졌다.”
[73구 완봉승 당시 임호균. 사진=임호균 SNS 캡쳐, 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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