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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10년 가까이 현장에서 메이저리그(MLB)를 취재했지만 글쓴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볼티모어 캠든 야즈 오리올파크, 토론토의 돔구장 로저스 센터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아메리칸리그(AL) 시절 취재해 기억이 생생하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으로 진행되지만 과거 메이저리그 구단 담당 기자들의 취재는 경기 전 덕아웃에서 감독 인터뷰에서 시작됐다. 일정 시각에 감독이 클럽하우스에서 나와 덕아웃 벤치에 앉으면 기자들이 옆에 앉고 앞에 서서 취재 수첩을 들고 감독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설명을 받아 적는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비교적 솔직하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14승을 노리던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34)이 9월11일(이하 현지 시각, 한국 12일) 토요일 오후 4시35분 시작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캠든야즈 오리올파크)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 겨우 2와 3분의1이닝을 던지며 8피안타(2피홈런) 7자책점으로 평균 자책점이 4.11까지 올라가는 ‘9.11 참사’를 당하고 말았다. 승패는 없지만 AL 다승왕 레이스에서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다.
왜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왔을까? 물론 류현진의 구위가 첫 번째 문제였을 것이다.
그런데 토론토의 찰리 몬토요 감독과 피트 워커 투수코치는 AL 와일드카드 레이스를 의식해 서두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류현진에게 4일 휴식만 주고 11일 볼티모어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등판시켰다.
이 과정이 오락가락했다. 당초 토론토 구단은 홈 페이지에 11일 더블헤더 2차전 투수로 류현진을 예고했다. 이것이 12시간 만에 갑자기 12일 볼티모어전으로 바뀌어 하루 동안 유지됐다. 12일 경기는 변칙적으로 7이닝 경기가 펼쳐지는 더블헤더가 아닌 9이닝 정규 경기이고 류현진이 하루 더 5일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최상이었다.
류현진은 최근 4일 휴식 후 등판한 2경기서 모두 좋지 않았다. 그래서 찰리 몬토요 감독이 류현진에 대한 여려 데이터를 고려해 최상의 결정을 했다고 보였다. 더욱이 파워피처 좌완 로비 레이 등판 다음 경기에 나섰을 때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정교한 컨트롤과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있는 피네스 피처인 류현진은 상대 타자들의 빨리진 배트 스피드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또 등판 날짜부터 바뀌었다. 로비 레이가 선발 등판한 볼티모어전 경기 전에는 하루 당겨서 11일 더블헤더 2차전이 됐다. 그러더니 9연승에 실패한 경기 후에는 1차전으로 변경됐다.
그래서 다시 로비 레이 등판 다음 경기가 됐다. 팀의 주축 13승 투수의 선발 등판 날짜와 경기가 11일(더블헤더 순연 7이닝 경기 2차전)-12일(9이닝 정규 경기)-11일(더블헤더 2차전-더블헤더 1차전)으로 오락가락했다.
'본인은 괜찮다"라고 했지만 류현진이 아무리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 해도 이런 변화는 등판을 준비하는 선수에게 육체적 심리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준다.
특히 11일 등판이 10일 볼티모어전 경기 전후로 더블헤더 2차전에서 1차전으로 변경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10일 경기에서 패해 8연승에서 멈춰선 것이 류현진을 더블헤더 1차전에 등판시켜 반드시 승리해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는 시도였을 것 같다.
더욱이 1차전 볼티모어 선발 투수는 올시즌 13게임에서 승리없이 7패에 평균 자책점 7.41을 기록중이던 딘 크리머여서 승리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류현진이 먼저 비틀거렸다. 1회말 첫 투구에서 전날 홈런을 친 안토니 산탄더에게 좌월 2점홈런을 맞았고 2회말 오스틴 헤이즈에게 좌월 홈런을 내줬다. 결국 3회말 라이언 맥케나에게 좌익수 쪽 라인 드라이브성 2타점 2루타를 허용하고 교체됐다.
사실 구위가 좋지는 않았다. 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를 구사했는데 스피드와 볼의 움직임이 위력적이지 못했다. 스트레이트 볼넷도 하나 있었고 탈삼진은 4개였다.
그래서 하루 더 쉬고 12일 9이닝 정규 경기에 등판하기를 기대했다.
글쓴이에게 이런 경우가 있느냐는 문의가 많았는데 ‘황당하다’는 대답 밖에 해줄 수 없었다. MLB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선발 등판 변경이 이틀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선발 예고 기사에서 오보가 줄을 이었고 중계 방송사도 편성에 혼란을 겪었다.
[사진=AFPBBNews]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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