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서귀포 이현호 기자] 최근 대전에서 제주로 팀을 옮긴 김동준(27) 골키퍼가 지난 시즌 강원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를 떠올렸다.
김동준은 2021시즌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출전해 대전하나 시티즌 골문을 막았다. 당시 대전이 1-3으로 역전 당한 전반 막판부터 홈팀 강원 볼보이들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경기장 4면에 있는 모든 볼보이들이 지연행위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
김동준은 골킥을 차기 위해 볼보이에게 공을 던져달라고 했으나, 골대 뒤에 있던 볼보이는 김동준이 직접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공을 반대편으로 던졌다. 김동준이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심판은 경기 재개를 지시했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수차례 반복된 끝에 대전은 1-4로 패했다. 대전은 K리그1 승격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강원은 K리그1에 잔류했다.
2021시즌을 마치고 수비수 이지솔(22)과 함께 제주유나이티드로 이적한 김동준은 기자와 만나 옛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볼보이를 때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경기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유럽에서 선수가 볼보이를 때리는 영상을 봤다. ‘아무리 화나도 저러면 안 되지’라는 생각으로 시청했다. 제가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니까 그 영상 생각이 나서 꾹꾹 눌러 참았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다.
볼보이 외에 연습구장 대여 논란도 언급했다. 김동준은 “강원은 도를 넘었다. 강원 원정 앞두고 연습구장을 빌리기 힘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연습구장 대여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대전하나시티즌’ 이름 말고 다른 이름으로 평창에 연습구장을 구했다. 그것도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였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경기가 끝난 뒤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는 지역지 인터뷰를 통해 “(볼보이 시간지연은) 유럽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동준은 이 발언에 대해 “너무 실망했다. 한국축구 레전드가 말씀을 그렇게 하셨다는 게 안 믿긴다”고 했다.
김동준은 2022시즌에 강원과 K리그1에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정규라운드에서 총 3차례 만나고, 파이널 라운드에서 1번 더 만날 수 있다. 김동준은 “강원전에 제가 뛴다면 어떻게든 무실점 승리하겠다. 이기고 나서 강원 팬이나 볼보이를 노려볼 생각은 없다. 팬들을 존중한다. 그저 웃는 모습만 보여줘도 복수하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대전 팬들도 강원전에서 저를 응원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2022시즌 K리그1 일정이 확정됐다. 전북, 울산 양강체제에 도전하겠다는 제주는 2월 20일에 홈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1라운드를 치른다. 2라운드 상대가 강원이다. 제주-강원전은 2월 26일 제주 홈에서 열린다. 김동준의 복수 기회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사진 = 대전하나시티즌,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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