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마무리를 맡아야 하는 투수가 무리한 기용에 의해 시작부터 '실패'의 쓴맛을 봤다.
최준용은 지난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정규시즌 2차전 원정 맞대결에 2이닝 동안 투구수 32구, 2피안타 2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최준용은 데뷔 첫해 31경기(29⅔이닝)에 등판해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4.8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리고 지난해 44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1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최준용은 올 시즌에도 필승조로 시즌을 준비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래리 서튼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최준용을 선발로 준비시켰다. 150km를 넘나드는 좋은 구위를 선발로 활용했을 때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겠다는 심산 때문이었다.
최준용은 시범경기에서도 3이닝씩을 소화하며 총 3경기에 나섰다.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에 등판해 9이닝을 소화했고, 1승 1홀드 팽균자책점 3.00으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마무리 김원중이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한 것.
김원중은 지난달 동의대학교와 연습경기에서 왼쪽 허벅지 내전근 손상을 당했다. 서튼 감독은 3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김원중은 재활 치료를 시작했다. 가벼운 캐치볼을 소화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복귀까지는 4~6주가 소요될 것이고 밝혔다.
김원중을 대신해 마무리를 맡을 자원이 필요했던 롯데는 결국 최준용의 선발 전환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난해 마무리로서 1경기 경험을 쌓았던 최준용에게 마무리의 중책을 맡겼다. 서튼 감독 또한 마무리 투수로 최준용을 내세울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3일 고척 키움전에서 최준용의 기용은 다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선발 투수로서 시즌을 준비했고, 4일 휴식일이 있지만, 김원중이 복귀하기 전까지 마무리를 맡아야 하는 최준용에게 2이닝 이상의 멀티 이닝을 맡긴 것은 무리수였다. 루틴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
최준용은 8~10회까지 세 번을 등판했고, 연장전 10회에는 매타자 마다 130km대의 직구를 던졌다. 힘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황. 힘을 짜내서 던졌지만, 전병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무리까지 하면서 승리를 노렸으나, 패배의 충격은 두 배였다. 반면 키움은 마무리 김태훈으로 9회를 막고, 10회에는 이승호를 투입해 승리를 따냈다.
SSG 랜더스도 윌머 폰트가 '퍼펙트 게임'의 대기록을 앞둔 상황에서도 투수 교체를 감행했다. 무리를 시키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 하지만 롯데는 시즌 시작과 동시에 마무리 경험도 부족한 선수를 무리시켰다. 144경기 페넌트레이스가 장기전이라는 것을 잊은 듯했다.
서튼 감독과 롯데는 4일 휴식과 선발로 시즌을 준비했다는 이유를 들겠지만, 지난해 어깨 부상을 당했던 것을 고려했다면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 선발 투수라면 보장된 휴식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 계투는 필요에 따라 5일 경기에도 나서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
물론 팀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멀티이닝의 소화가 가능한 나균안도 있었던 상황에서 지난해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던 투수에게 무리를 시키면서까지 위험까지 무릅쓸 필요가 있었을까. 키움은 개막전에서 졌지만 올해 새롭게 에이스를 맡긴 안우진에게 확실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하지만 롯데는 중책을 맡은 최준용의 사기를 첫 등판부터 꺾었다.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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