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매치 데이마다 서울과 전남 강진을 오가며 K7리그를 누비는 골키퍼가 있다. 강진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 중인 정홍섭 씨가 그 주인공이다.
정홍섭 씨가 소속된 서울 금천 풋플러 FC(이하 풋플러)는 2018년부터 K7리그에 참가한 아마추어 팀이다. 축구 매칭 어플리케이션 ‘풋플러’를 개발한 개발자들이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테스트해보려고 창단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다양한 인원들이 팀을 구성하고 있다.
풋플러는 서초구 양재근린공원에서 열린 2022시즌 K7 서울 서초 A리그 개막전에서 서초 ZENITH(제니스)를 만나 2-1 역전승을 거뒀다. 선발 출전한 정홍섭 골키퍼는 전반 중반에 페널티킥(PK) 실점을 내줬으나 남은 시간 동안 골문을 단단히 지켜 2-1 역전 승리에 큰 힘을 실었다.
경기 후 만난 정홍섭 씨는 “오늘 승리가 정말 간절했다. K7리그는 경기 수가 적어서 1경 결과가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 K6리그로 승격하려면 권역 리그에서 1위를 해야 하는데 모든 팀들이 다 잘해서 쉽지 않다”고 돌아봤다.
지방에서 공중보건의를 한다는 말을 듣고 이동 경로를 물었다. 그러자 “전남 강진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오늘은 토요일 낮 경기여서 금요일에 퇴근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금요일 저녁에 차가 막혀서 서울까지 5시간 걸렸다. 일요일 밤에 다시 내려간다. 평균 왕복 9시간 넘게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정홍섭 씨는 “경기 있을 때마다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왕복한다”면서 “강진으로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됐다. 앞으로 근무해야하는 기간이 3년 정도 더 남았다. 3년간 강진-서울 왕복해야 한다”고 웃어보였다.
실력은 아마추어일지라도 열정은 프로급이다. 프로 출신 골키퍼에게 레슨까지 받을 정도다. “성남FC에서 뛰던 김교빈 선수에게 레슨을 받았다. 여러 명과 함께 배우면서 다른 수강생들의 장점도 보고 배웠다. 무엇보다 멘탈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됐다. 예상하지 못한 코스로 오는 공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몸을 날려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들려줬다.
정홍섭 씨는 K리그 수원삼성의 오랜 팬이다. 그래서일까. “어릴 적부터 이운재 골키퍼를 가장 좋아하고 따라하려고 했다”고 한다. 또한 “K7리그를 경험하면서 K리그 선수들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이겼을 때의 기쁨, 졌을 때의 좌절감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홍섭 씨는 강진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다음 경기 생각뿐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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