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한국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여자 야구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달 경기도 고양시 장항야구장. 야구 유니폼을 단정히 차려입은 여자들이 모여들었다. 사회인팀인 SBO 여자야구단 선수들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다름 아닌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여자 야구 선수였다. 이름은 제인 완지루 음바가라. 등록명은 줄여서 제인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이 야구를 한다? 케냐면 육상이나 축구의 나라인데 야구라니? 좀 독특했다.
“우연찮게 SBO여자 야구단에서 트라이아웃이 있다고 지원했는데 단번에 합격했습니다.”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특히 여자선수들은 겁이 없어야 한다. 돌덩이 같은 야구공이 날아오면 대다수 초보자들은 몸을 사린다. 혹시 타구에 맞을까봐 겁도 낸다.
당시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던 두산 투수 출신인 이경필 SBO여자 연예인 야구단 코치는“야구를 처음 해본다는 데 전혀 두려움없이 공을 좇아 잡는 것을 보고 합격을 시켰다”고 밝혔다.
처음해보는 야구에 왜 이토록 이경필 코치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제인은“케냐에서 어릴때부터 공만 보면 미쳤다”며 “야구를 시작하기전에는 농구와 축구, 배구를 했다. 정말 농구를 좋아하고 하기도 잘한다”고 자랑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공을 갖고 하는 운동은 모두 잘하는 ‘만능 스포츠 우먼’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녀는 농구를 10년째 하고 있고 배구도 5년,축구도 5년정도 했다고 한다. 배드민턴도 10년째하고 있을 정도로 정말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제인이 원하는 포지션은 두 개다. 투수와 포수이다. 욕심꾸러기라고 하겠지만 처음해보는 야구였지만 이경필 코치를 사로잡은 것이 있다. 바로 송구능력이다. 보통은 여자 선수들이 유격수에서 공을 잡아 홈까지 뿌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제인은 훈련 첫날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이경필 코치로부터 투수 자원으로 낙점받은 것이다. 포수는 몸집이 든든해서(?) 안정감을 준 덕분에, 그리고 SBO여자야구단에 전문 포수가 없어서다.
제인도 좋아한다. 제인은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포지션이 투수이다”라며 “너무 흥미롭고, 창의적이고, 변수가 많아서 정말 재미있는 포지션이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똑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포수에 대해서도 제인은“일단 필드 전제를 다 볼 수 있고 우리팀의 어드바이스를 할 수 있는 그런 포지션인 것 같다. 투수에게 적절한 구질을 요구해서 타자를 헛스윙 아웃시킬 때 너무 흥이 난다”며 웃었다.
제인이 한국에 온지는 벌써 10년이 지났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할 때 우연히 드라마 ‘주몽’을 본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한국 문화와 한국말에 관심이 생겨서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곧바로 장학금 신청하고 2012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남부대학교 한국어학당 어학연수를 1년한 제인은 2013년부터 18년까지 대구 카톨릭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2019년부터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10년정도 한국에 있다보니 제인은 거의 반 케냐인, 반 한국인이 되었다. 주한 케냐 대사관 행사에서 케냐 요리를 할 정도여서 한국 음식도 잘 만든다고 한다. 한국에서 케냐 전문 음식점을 내는 것이 목표일 정도로 요리부심이 강하다. 그러면서 한국어로만 랩도 만들었고 작사도 한다고 자랑했다.
제인은 한국 여자 야구 역사를 바꾸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제인은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여자 야구 선수에 대한, 외국 사람, 특히 아프리카 출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며 “한국에서 야구선수로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매주 월요일 야구 훈련을 하고 있는 제인.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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