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f(x) 탈퇴가 무모한 세가지 이유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설리의 f(x) 탈퇴는 현명하지 못한 생각이다.

25일 설리의 f(x)의 탈퇴설이 불거지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결정된 바 없고, 설리의 향후 팀 활동에 대해서는 신중히 결정할 것이다"고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공식입장을 살펴보면 명쾌한 부인이 아니다.

향후 f(x) 활동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해 탈퇴 여지를 남겼다. 잔류 혹은 탈퇴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도 담겼다. 최초 보도 후 3시간 만에 내놓은 짧은 공식입장이란 점만 봐도 SM엔터테인먼트가 입장 정리에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설리의 탈퇴 관련 논의가 있었단 점은 명백하게 드러난 셈이다.

탈퇴설의 배경으로 설리가 배우 활동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설리가 f(x)를 탈퇴해 배우로 변신하는 건 여러모로 무리한 결정이다.

우선 명분이 부족하다. 설리뿐 아니라 이미 여러 아이돌이 가수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 중에는 노래, 연기 모두 대중의 인정을 받은 이들도 있다. 설리가 연기 활동을 핑계로 그룹을 나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리는 지난해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f(x)로 무대에 설 때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른 멤버들과 달리 혼자만 안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이 수 차례 목격된 탓이다. 당시 설리가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활동을 일시 중단했기에 옹호하는 의견도 많았으나, 한편에선 '가수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연기가 더 좋은 것이냐'는 의혹까지 샀다. 이 와중에 설리가 실제로 f(x)를 나와 배우가 되겠다고 한다면 지난 의혹들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둘째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설리가 탈퇴하면 컴백 예정인 f(x)의 활동 타격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다른 멤버들 중 루나와 엠버의 경우 최근 예능 속 활약에 힘입어 데뷔 후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시점이다. f(x) 활동에 호재로 작용해도 모자랄 시점에, 설리가 탈퇴하는 건 도약하는 멤버들의 다리를 붙잡는 격이다. f(x)의 계약은 1년여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f(x)로 유종의 미를 거둔 후에도 배우 활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끝으로 팬들에게 상처를 안기면서까지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가 되는 게 더 값진 것인지 의문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다.

연예인은 특수한 직업이다.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고, 자신의 연기를 지켜봐 줄 팬들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이번 탈퇴설 파문으로 설리를 지지하던 f(x) 팬들은 크게 상심한 분위기다. 설리가 팬들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자신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설리의 가창력도, 연기력도 아닌 설리를 사랑해준 팬들의 존재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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