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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시 한번 얘기를 잘 해봐야죠."
20일 진천선수촌에 소집된 남자농구대표팀. 9월 23일부터 10월 3일까지 중국 후난성 장사에서 열리는 2015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우승국가에만 내년 리우올림픽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냉정히 볼 때, 결코 쉽지 않은 대회. 2~3위 국가에 주어지는 올림픽 최종예선 출전권 획득도 미지수다.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감독 선임부터 말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김동광 감독이 14년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훈련 스타트 시점은 경쟁 국가들에 비해 많이 늦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던 지난해 유재학호보다도 많이 늦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훈련 환경이 너무나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매니저도, 전력분석관도 없다
현재 남자대표팀에는 매니저가 없다. 국제대회서 반드시 필요한 전력분석관도 없다. 귀화혼혈선수 문태영과 대표팀의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통역 담당자도 없다. 선수단 지원 스태프는 트레이너 2명이 전부.
선수단 관리 및 훈련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 남자대표팀은 여자대표팀과 같은 코트에서 훈련한다. 체육관 다른 한 쪽 코트에는 배구대표팀이 훈련을 진행 중이기 때문. 결국 훈련 시간을 조율하고, 훈련을 준비 및 정리하는 역할까지 김 감독과 김상식 코치가 도맡고 있다. 그나마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진행 중인 KBL 외국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가 끝나면 조상현 코치(오리온스)가 합류하는 게 위안거리. 김동광 감독은 "다시 한번 얘기를 잘 해봐야죠"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현재 대한농구협회는 통역과 매니저 역할을 동시에 맡아줄 사람을 찾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사실상의 '단기 알바.' 매력은 떨어지고, 업무는 2배로 많다. 전력분석원 선발은 사실상 손을 놓은 분위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경쟁 국가들의 정보는 전무하다. 당연히 내달 29일 시작하는 윌리엄존스컵 외엔 제대로 된 스파링파트너 물색 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서 뒤늦게 '우물 안 훈련'을 시작한 모양새.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공조도 플랜B도 없다
대한농구협회의 예산은 넉넉하지 않다. 스포츠토토 지원금 분배 주체가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예산 분배 방식이 바뀌었다. 규모 자체도 줄어들었다. 더 이상 농구협회는 KBL로부터 대표팀 운영비를 받아서 마음껏 쓸 수가 없다.
문제는 농구협회의 비상식적인 행보. 예산 확보가 난관에 부딪혔다면 주위에 공조 및 협조를 구하거나 플랜B를 마련, 빨리 대책을 내놓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 해결 없이 대표팀에 '맨땅에 헤딩'하라는 식으로 진천에 보낸 모양새다. 그나마 여자대표팀의 경우 WKBL의 도움으로 내달 초 호주 전지훈련이 거의 확정됐다. 하지만, 여자대표팀도 전력분석관은 없다. KBL이 남자대표팀에 도움을 주면 좋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스포츠토토 지원금 분배 방식 변경으로 더 이상 KBL은 남자대표팀을 먹여 살릴 의무는 없다. 그 전에 대표팀 운영의 주체인 농구협회가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다. 그리고 KBL과 원활한 공조관계를 만들어놓지 못한 게 더 큰 실책.
물론 농구협회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남자대표팀의 경우 유니버시아드 준비를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양분해야 했다. 그리고 열악한 상황에서 최대한 대표팀에 도움을 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들의 설명. 하지만, 지금까진 실질적인 성과가 많지 않다.
현재 남녀대표팀 운영 시스템에는 명확한 원칙도, 기준도 없다. 근본적으로는 장기적 관점 속에서 대표팀 운영의 공고한 시스템을 확립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세부적으로는 위기에 대처하는 한국농구의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런 상황서 내년 올림픽, 그리고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지금 남녀농구대표팀의 현실은 마치 바람 앞의 등불 같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진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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