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논란 끝? 혁오 해명 이대로는 부족하다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밴드 혁오의 해명은 부족하다.

30일 혁오 리더 오혁은 미국 밴드 비치 파슬스 표절 의혹에 "저는 표절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오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음악에 대한 양심과 자부심이 있다. 이때까지 나쁜 의도를 가지고 곡을 쓴 적이 단 한 순간도 없다. 평생 음악을 하는 게 꿈인데 베껴 쓴 걸로 인정 받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음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음악적으로 떳떳하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도 했다.

오혁의 해명은 '양심'과 '자부심'에 초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대중이 바라는 건 더 명확한 해명이다. '비슷하게 들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자신들의 '양심'과 '자부심'만을 내세워서는 대중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이미 비치 파슬스까지 직접 혁오의 '판다 베어'와 자신들의 곡 '골든 에이지'와의 유사성을 트위터로 언급했다. 일각에선 비치 파슬스가 추가로 남긴 트위터 글을 마치 표절 논란이 끝난 것처럼 해석했는데, 사실 비치 파슬스가 이번 논란에 개입하지 않고 단지 '즐기듯' 방관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적절하다. 비치 파슬스는 이후 이번 논란과 관련된 트위터 글은 삭제한 상태다.

다만 비치 파슬스처럼 우리도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다. 혁오의 음악이 현 한국 음악 시장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가수가 장악한 음악 시장에 마치 오아시스처럼 등장한 밴드다. 비주류로 머물던 밴드 음악의 성공 가능성도 입증했다. 그런데 이들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는 건 자칫 밴드음악에 대한 실망감을 남길 수 있다. 다양성을 꾀하던 한국 음악 시장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혁오가 떳떳하다면 전문 음악인으로서 '판다 베어'가 비치 파슬스의 곡과 왜 유사하게 들리는지, 어떻게 표절이 아닌지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비치 파슬스의 음악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자신들의 음악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도 분명히 알려야 한다. '판다 베어'는 캐나다 뮤지션 맥 드마르코의 곡과도 유사성이 지적되는데 이 역시 혁오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중은 얼마 전 한국 문학계의 거물 작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으로 심한 상처를 입었다. 한국 가요계 한줄기 빛이었던 밴드 혁오의 표절 논란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혁오가 부디 이번 논란을 슬기롭게 대처해 대중의 상처를 위로할 음악을 만들어 주길 기원한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오혁 인스타그램]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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