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결말 '여자를 울려'·'여왕의 꽃', 주말극 다 왜 이러나?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한국 주말드라마는 또 다시 후퇴했다.

30일 나란히 종영한 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 연출 김근홍 박상훈)와 '여왕의 꽃'(극본 박현주 연출 이대영 김민식)은 둘 다 개연성 떨어지는 졸속 결말로 시청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두 드라마 모두 결국 '용서'란 거대한 주제였다. 하지만 '용서'까지 이르는 과정이 너무나도 서툴렀다. '용서'의 설득력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거대한 주제마저 옹색해진 꼴이었다.

'여자를 울려'는 학교폭력을 당하다 사고로 아들이 죽은 여주인공 정덕인(김정은)이 학교폭력 가해자의 아버지 강진우(송창의)와 결혼했다. 진우는 덕인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진희(한이서)의 오빠이기도 했다.

아들을 잃은 상처와 남편에게 버림받았던 상처까지 덕인은 '사랑'이란 이름 아래 다 용서한 셈이다. 거창한 주제일 수 있겠으나 덕인의 용서가 과연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줬을지 의문이다. 덕인의 죽은 아들도 엄마의 용서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여자를 울려'는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결혼식 장면에서 덕인이 진우와 입 맞추기 전 내레이션으로 "용서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다. 나는 아직도 용서하고 있고 그리고 사랑하고 있다"고 한 대사는 어불성설이었다.

악역이 악행을 거듭할수록 주인공보다 더 부각되는 한국드라마의 고질적 현상은 '여자를 울려'의 나은수(하희라)도 마찬가지였다. 방영 내내 파렴치한 인간의 얼굴로 뻔뻔하게 굴다가 결말에 이르러 순식간에 180도 바뀌는 개과천선 결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여왕의 꽃'은 레나정(김성령)에 강이솔(이성경), 박민준(이종혁), 박재준(윤박)까지 모두 용서로 서로를 품은 '용서' 드라마였다.

드라마 내내 가족들의 갈등을 지켜보고, 마지막회에선 아내 마희라(김미숙)의 과거까지 알게 돼 충격 받은 박태수(장용)는 죽기 직전 가족들에게 남긴 영상에서 자신을 속였던 희라에게도 "미안해. 여보. 내가 좀 더 너그러웠어야 했는데. 당신은 어땠을지 몰라도 나는 당신 때문에 사는 내내 행복했어. 고마워 여보. 잊지 않을게"라며 희라를 용서했다.

아들 재준을 향해선 "아직도 마음 속에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 용서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있으면 꼭 찾아가서 만나"라고 했는데, '여왕의 꽃'이 내세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밝힌 장면이었다.

하지만 '여왕의 꽃' 역시 용서에 이르게 되는 힘겨운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진 못했다. 겨우 '4년 후'라는 시간 건너뛰기 장치로 '시간이 흐르고 모두 행복해졌다' 식의 급마무리로 끝냈기 때문이다.

결말만 보면 그나마 서인철(이형철), 최혜진(장영남) 부부만 몰락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다른 인물들의 악행은 두리뭉실하게 매듭지어진 까닭에 권선징악을 바라고 50부를 지켜본 시청자들마저 허무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설정상 모녀가 형제와 사랑하게 된 격이라 시청자들의 일반적 정서에 부합하지도 못했다.

두 드라마 모두 시청률은 20%를 넘으며 선전했다. 그러나 작품성으로는 시청률만큼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었다. 시청률에 치중해 개연성 떨어지고 자극적인 전개를 반복한 탓이다. 한국드라마의 미래를 위해선 시청률이 아닌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의 등장이 절실하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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