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완도군] 곡선과 느림의 미학 즐기는 쪽빛 섬, 청산도

청보리밭과 유채밭 일렁이는 남녘 바다의 파도 소리에 가슴 활짝 열고 걷는 해안길

청산도는 하늘도 바다도 모두 푸르러 이름 붙여진 섬이다. 그만큼 천혜의 자연조건을 타고났다. 산비탈에 계단처럼 층층이 들어선 구들장 논밭은 서로 이어져 바다로 열려 있다. 그 길이 시작되는 언덕배기가 영화 <서편제>의 무대다. 그 길은 다시 동그랗게 휘어지며 마침내 포구마을 도락리 해변에서 철썩철썩 파도로 부서지며 멈춘다.

섬도 삶도 곡선과 느림의 미학 그 자체인 청산도에서는 해마다 4월이면 슬로우걷기축제가 약 한 달 동안 열린다.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져 풍경을 음미하며 느리게 걷기에 좋다.

청산도 바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로 가득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울퉁불퉁 귀가 튀어나온 소라를 닮은 섬은 모양새만큼이나 물속에 잠긴 바위, 즉 '여'가 많다, 그래서 어족이 풍부하다. 강태공들은 청산도를 '감성돔 1번지'라고 부른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미끄러지는 고기잡이배와 닻을 내린 채 입질을 즐기는 강태공의 여유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청산도 앞바다는 파시(波市)가 열리던 곳이다. 지금도 청산도 관문 도청항에는 위판장(委販場)이 들어서 있다. 이속에서 싱싱한 활어를 싸게 사거나 바닷가 횟집에서 직접 맛볼 수도 있다. 완도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40여 분이면 도청항에 도착한다. 선창에 내리면 제일 먼저 걷기여행을 할 것인지, 드라이브를 즐길 것인지, 섬 등반을 할 것인지, 낚시 체험을 할 것인지 등 테마를 정해야 한다. 잘 닦인 해안도로는 동서 어느 도로를 타든 둥그렇게 이어져 출발지인 도청항으로 이어진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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