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사도는 제가 해왔던 그리고 그리고자 했던 인물의 끝판왕이에요. 정점에 있는 작품이죠. 톤도, 사도라는 인물에 대한 성질도 그래요. 불안한 청춘, 반항아 그런 모든 것들의 집약체 같은 인물이에요."
배우 유아인이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 제작 타이거픽쳐스 배급 쇼박스)로 돌아왔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이야기다. 유아인이 사도 세자, 송강호가 영조 역을 맡았다.
그동안 영화 '완득이', '깡철이' 뿐 아니라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밀회' 등에서도 방황하고 반항하는 청년을 그려온 유아인은 '사도'에서 그동안의 내공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그가 연기한 사도는 너무나 처연해 가슴을 아리게 하고, 상처로 가득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그가 아니면 그 어떤 배우가 사도를 이처럼 완벽히 연기해낼까 곱씹게 하는 배우가 바로 유아인이다.
"왜 이런 청춘을 연기하느냐고요? 저와 닮아서라는 이유가 커요. 그 누구와도 가장 닮아 있는 인물들이 아닐까 생각해요. 20대 배우가 맡을 수 있는 배역들은 비현실적인 것들이 많아요. 그런 모습을 통해 위로도 드릴 수 있지만 좀 더 삶이나 청춘의 본질에 가까운, 사실적인 눈물들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보니 가난 전문 배우가 됐고요. (웃음) 물론 가난이 평범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20대가 얼마나 뜨겁고 아프고 즐겁고 흥청망청하고 불안한 시기에요. 그런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었죠."
물이 가득한 대야를 걷어차듯, 자신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을 느끼며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유아인에게 '사도' 만한 작품도 없을 터.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불안한 청춘부터 배우로서의 욕심 충족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 '사도'인 듯했다.
"힘든 20대와 사춘기를 보냈어요. 제 안에 축척된 에너지들을 다 풀어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즐겁거나 유쾌한 것, 그런 것들은 살면서 풀 수 있잖아요. 누구나 자신 속에 폐허가 존재하지만 꺼내서 보여주기는 힘든 것 같아요. 내 절망의 순간을, 혼란을, 방황을, 괴로움을 어떤 배역이나 얼굴을 통해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비극을 연기하는 데 매력을 느껴요. 연기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저에게 와 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유아인이 자신만 특별히 힘든 20대를 보냈다고 여기는 건 아니다. 10대와 30대의 중간,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부모님의 보호 아래 있던 10대를 넘어 막중한 책임에 직면하게 되는 때가 바로 20대. 많은 20대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금수저'를 물고 있다며 청춘들을 안타까워했다.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을 보면 10대와 전혀 다른 모습이잖아요.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취업을 못해 집밥 한 끼 마음대로 편히 먹기 힘들어해요. 그동안 제가 청춘들을 많이 연기해 와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야 말로 금수저를 물고 살고 있었던 거죠. 제 또래 친구들과 종종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아주 끔찍한 상황이었죠."
이런 그의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비운의 세자 사도의 모습이 만들어졌을 것. 유아인은 방황하고 상처입고 버거운 운명을 짊어진 한 사람을 애달프게 그려냈다. 단순히 시나리오 상의 인물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진짜 그 인물이 돼 관객들의 마음을 구슬프게 한다.
"저의 인간적 특성이 저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연기하고, 삶을 살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 생각이 정확하지는 않죠. 어떻게 온전히 이해를 하겠어요. 하지만 연기 혹은 살아가기 위해서 최대치의 이해와 공감대를 만들려고 해요. 대단히 어렵기도 하고 대단히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배우 유아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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