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김제시] 조정래 문학의 치열한 기록, 아리랑 문학관

조정래 선생의 집필실과 원고더미. '아리랑문학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사람 키보다 높이 쌓인 원고를 보고 놀란다.

《아리랑》《태백산맥》《한강》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대하소설을 집필한 조정래. 각 12권, 10권, 10권으로 총 32권에 이르는 대작을 20년에 걸쳐 완성했다. 집필은 《태백산맥》이 먼저지만 시간 구성상으로는《아리랑》이 먼저다.《아리랑》은 우리나라의 최대 곡창지대인 전라북도의 만경평야를 배경으로 한다. 일제강점기, 일제 수탈과 강제 징용, 소작 쟁의와 독립운동, 해방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가장 밑바탕에 자리했던 서민, 특히 농민들의 삶과 애환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만경평야에서 그치지 않는다. 강제 징용돼 끌려간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 러시아 사할린, 중앙아시아 벌판, 중국 상하이 등을 두루 훑는 대장정이다. 작가는 이곳들을 일일이 취재하고 다녔는데 그때 기록한 취재 노트며 신발, 모자, 장갑 등이 '아리랑문학관'에 전시돼 있다.

'아리랑문학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사람 키보다 높이 쌓인 원고더미를 보고 깜짝 놀란다. 2만 매 가량 되는 5년간 쓴《아리랑》육필원고다. 매일 정해놓은 분량의 글 쓰는 노동을 했으며, 대하소설 세 편을 집필하는 20년 동안 한 잔의 술도 마시지 않고 스스로 정해놓은 '황홀한 글 감옥'에 갇힌 채 집필에만 혼신의 힘을 쏟은 것이다.

《아리랑》출간 10주년을 기념해 2003년 '아리랑문학관'이 개관했고, 같은 해 대하소설로는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2009년《태백산맥》이 200쇄를 돌파했다. 작가는 "이 책들을 읽고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됐다"거나 "역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평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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