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공주시] 꿈에 본 듯한 풍경을 찾아서, 계룡산 갑사

1600년 수령의 괴목대신(槐木大神)과 하늘을 찌를 듯한 철당간이 서 있는 백제시대의 명찰.

서기 420년 백제 구이신왕 원년, 고구려에서 온 승려 아도(阿道)가 세운 고찰 중의 고찰이 바로 '계룡갑사(鷄龍甲寺)'다.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처럼 갑사는 가을, 그것도 끝자락쯤에 이르러서야 고즈넉하면서도 청아한 산사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결코 끝나지 않을 듯 이어지는 아름답고도 부드러운 숲길에서 일주문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비껴드는 햇살이 어깨를 어루만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야 마는 곳, 그곳이 바로 계룡갑사요, 오리 숲길이다.

1600년 된 느티나무 고사목부터 시작하여 숲길을 거쳐 대웅전, 적묵당, 진해당과 종각, 표충원, 보장각까지 둘러보면 갑사의 절반은 구경한 셈이다. 그러나 조금 더 발품을 팔아 공우탑 지나 대적전과 갑사 부도, 이 절에서 가장 오래된 철당간을 봐야 비로소 갑사 구경을 제대로 한 것이다.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적전과 그 주변은 대웅전이 있는 공간보다 훨씬 협소하고 조촐하다. 그러나 사람들 발길도 뜸하고 초창기 갑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보물 제 478호 동종은 1584년(선조 17년)에 만든 것이다.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말기에 무기를 만든다고 공출되어 사라질 뻔했다가 광복 후 갑사로 되돌아오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특히 하늘을 찌르기라도 할 듯 높이 솟은 철당간 및 지주(보물 제256호) 앞에 서면 왜 이 절을 일컬어 갑(甲)이라 했는지 알게 된다. 이미 통일신라시대에 24개의 철통을 이어서 세웠다니, 도대체 1000년도 넘는 연륜이 믿기지 않거니와 10대 화엄종찰이라는 사찰의 격에 알맞게 가람의 크기와 배치 또한 나라 안에서 으뜸가는 것으로 꼽았을 테니 말이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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