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박훈정 감독 "호랑이 CG, 할리우드의 11분의 1"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단순한 포수와 호랑이 영화라고 생각하셨다고요? 영화를 본 지인이 하는 말이, '이건 아빠들의 느와르네'라고 하더라고요. 천만덕과 대호, 두 아빠의 느와르가 아닐까 싶어요.(웃음)"

'신세계'로 상남자들의 이야기를 거칠게 그린 박훈정 감독이 이번엔 100% CG로 구현된 호랑이와 명배우 최민식을 들고 '대호'로 귀환했다. 화려한 블록버스터나 영웅담이 아닌,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그린 '대호'는 예상 외의 부성애와 묵직한 이야기, 수묵화처럼 담담히 그려넣은 비주얼로 러닝타임 139분간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초반에 CG로 호랑이를 만들려 했을 때 주변 반응들은 'CG가 잘 나올리가 없다'였어요. CG가 잘 나오지 않으면 개봉도 안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1년 넘게 200여 명의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만들었고, 바람의 방향과 걸음걸이, 눈밭에 찍히는 호랑이의 발자국들을 계산해 넣었어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연구했는데, 그 제작비의 11분의 1정도로 만드느라 고생했죠."

박훈정 감독은 최민식, 정만식, 김상호, 일본의 대배우 오스기렌, 정석원 등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포진, 각자 배우들에게 연기를 맡겼다. 하얀 설원에서 이들의 포수 및 일본군 연기는 도드라졌고, 촬영장에서 한 번도 마주하지 않은 호랑이는 모든 촬영을 마치고 CG로 덧입혀졌다. 촬영현장에서 호랑이 연기는 배우 곽진석이 맡았다.

"'대호'를 연출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큰 작품을 많이 찍어본 감독님이라면 할 수 있겠지, 라고 마냥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들 '네가 썼으니까 네가 마무리 해야한다'라고 제게 안겨주셔서 어쩌다보니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뭘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는데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다가 점차 노하우를 알게 됐어요."

박훈정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현재 동원할 수 있는 기술을 끌어다가 썼다"며 호랑이를 현실 세계로 구현하는데 총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제작비의 대부분이 호랑이 CG에 쓰였을 정도로, CG팀과의 노력 끝에 호랑이를 만들었고 디테일하게 보정 작업을 거쳐 산고 끝에 만들어졌다. '대호'는 전체 CG의 레퍼런스가 없었던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기준이 될 영화다. 박훈정 감독은 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면서, "우리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참고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정 감독은 '대호'의 이야기를 여러 장의 종이에 쭉 펼쳐놓기 보다는, 깊게 꾹꾹 눌러담으려 노력했다. 그동안 반려견을 길러온 박훈정 감독은 동물과 인간의 부성애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똑같은 시선으로 접근했다. '신세계'가 남자들의 느와르라면, '대호'는 지인의 말처럼 호랑이와 한 남자의 가슴 절절한 느와르다.

['대호' 박훈정 감독-호랑이.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NEW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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