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상', 김수현·고두심에게도 예의 아니다 [이승길의 하지만]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전 국민이 인정하는 명배우 고두심과 새로운 시도 '프로듀사'를 성공으로 이끈 김수현은 2015년 대상을 받기에 충분한 배우들이었다. 하지만 '공동대상'이라는 선택은 마땅히 이들을 향해야 할 박수까지도 길을 잃게 만들어버렸다.

2015년의 마지막 밤인 31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2015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연기대상은 '부탁해요 엄마'의 고두심과 '프로듀사'의 김수현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수상 후 김수현은 "도민준으로 큰 사랑을 받은 뒤 '프로듀사'에서 백승찬이라는 역할을 맡으면서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다. 지금은 또 새 인물을 준비 중이다. 매번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겁이 난다. 그래도 도전하겠다. 그리고 실패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KBS 최연소 연기대상 수상자 다운 당찬 소감을 남겼다.

또 고두심은 "외조의 공이 컸다. 타이틀이 '부탁해요 아빠'였으면 김갑수가 받았을 거다. 새해에는 나이 많은 마누라 만나지 말라"는 재치 있는 말로 '부탁해요 엄마' 속 파트너 김갑수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물론 각자의 활약으로 보면 두 사람의 대상 수상은 합당한 결과물이다. 주말극을 제외한 KBS 드라마가 2015년 큰 부진을 겪은 가운데 기라성 같은 스타와 제작진을 투입한 '프로듀사'는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최고의 작품이었다. 예능국이 만든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가 연예대상이 아닌 연기대상에서 시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결정이 내려진 순간부터 이번 시상식 대상 후보 1순위는 단연 김수현이었다.

KBS에서 1989년 '사랑의 굴레', 2004년 '꽃보다 아름다워'로 이미 두 차례 연기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고두심도 세 번째 대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녀는 '부탁해요 엄마'에서 임산옥 역을 맡아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선보이며 30%대의 시청률 순항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공동대상'이라는 결정이 내려지며 시청자의 반응은 냉소적으로 변했다. 실제 시상이 이뤄진 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의 댓글란은 '공동대상' 시상에 대한 성토로 가득하다. 지난 1987년 시상을 시작한 이후 내외적으로 공정성과 권위라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KBS 연기대상'이기에 이번 결정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아무리 어려운 선택이라도 권위와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는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 선택을 피한 KBS는 '연기대상'이 쌓아온 29년 권위에 스스로 흠집을 냈다.

[사진 = KBS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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