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요즘 선수들에게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한다."
KEB하나은행은 18일 최하위 KDB생명을 잡았다. 창단 최다 6연승이다. 1승만 보태면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다. 거기서 1승을 더 보태면 정규시즌 준우승을 확정한다. 2012-2013시즌 창단 후 최고성적이 확실시된다.
하나은행은 시즌 초반에 비해 경기력이 안정적이다. 샤데 휴스턴이 시즌 아웃됐지만, 김이슬 서수빈 강이슬 김정은 백지은 첼시 리 버니스 모스비 등 주축들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 수비력에 약점이 있지만, 높이와 외곽이 균형을 이룬 공격력은 위력적이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하나은행 전력은 불안하다. 개개인의 기량(특히 수비력)이 리그를 압도하는 수준이 아니다. 때문에 조직력이 안정적이지 않다. 장기레이스에서 경기력 수준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6연승을 챙긴 건 하나은행의 성장과는 별개로, 다른 팀들의 저조한 페이스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었다) 박종천 감독이 "순위를 떠나서 시즌 막판까지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카카오톡 소통
결국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개인의 기량 향상만이 답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은 없다. 지도자와 선수가 계속 의사소통을 하고, 연습과 훈련을 통해 개선하고 향상해야 한다.
최근 박종천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김이슬, 강이슬 등 몇몇 국내선수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 카카오톡을 통해 개개인의 플레이 영상을 스스로 분석하게 하는 숙제를 내준다. 칭찬도 있지만, 대부분 개개인의 플레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지적하는 내용.
박 감독이 선수 개개인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면, 해당 선수는 다음 날까지 박 감독에게 수기로 리포트를 제출한다. (꼭 경기를 치른 날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카카오톡을 통해 리포트 제출 지시가 내려진다는 게 선수들 설명) 이후 박 감독과 해당 선수가 리포트를 놓고 대화하고, 연습을 통해 경기력의 약점을 보완한다.
의미 있는 소통이다. 비디오 미팅은 남녀 16개 구단이 다 한다. 하지만, 대부분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한다. 효과는 크지 않다. (주입식 교육의 약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선수단 전체 비디오 미팅을 따로 하되, 개개인에게 자신의 플레이를 담은 영상을 제공, 스스로에게 분석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실질적 효과는
박 감독은 "일부러 그렇게 하고 있다. 본인의 플레이 영상을 본인이 보고 직접 느끼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본인의 플레이 영상을 보고 리포트를 통해 글로 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으로 공감하고, 능동적으로 개선점을 찾아나갈 수 있다.
김이슬은 주전 포인트가드다. 그러나 경기운영과 수비력에서 세부적인 약점이 있다. 승부처에서 집중력 결여로 마크맨을 놓치는 건 기본이고, 경험이 부족해 효율적인 운영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최근 들어 김이슬의 경기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그는 "영상을 스스로 분석하면서 약점을 스스로 파악한다. 리포트를 제출하면서 감독님과 한 번 더 대화한다. 길게 써내는 게 아니라 써내야 할 부분만 간략히 적어내는 수준이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점점 좋아지는 걸 느낀다"라고 했다.
김이슬을 비롯해 슈터 강이슬, 수비력이 좋은 염윤아와 백지은 등은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다.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지도자들의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게 박 감독 설명. 이 부분은 한국농구의 병폐이기도 하다. (여전히 노력을 등한시하는 지도자, 선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하나은행의 카카오톡 소통과 리포트 제출은 의미 있다.
[KEB하나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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