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은 재경기를 요청했다. KBL은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오리온도 잘 알고 있다.
16일 KCC-오리온전서 벌어졌던 24초 논란. 상황을 간단히 짚어보자. 3쿼터 종료 3분56초전 오리온 허일영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다. 오리온의 46-43 리드. 이때 경기 계시원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경기 시계 부저를 담당하는 계시원이 허일영의 자유투 후 계시기를 옳게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24초(공격제한시간) 시계는 정상적으로 돌아갔지만, 정작 경기 시계가 돌아가지 않았다. 때문에 KCC는 허일영의 자유투 후 24초 공격제한시간에 걸렸지만, 정작, 경기시간은 그대로 3분56초였다. KCC가 24초 공격제한시간에 걸렸으나 남은 시간은 3분32초가 돼야 하는 게 정상이다.
결과적으로 이날 3쿼터는 10분24초간 진행됐다. KCC는 73-71로 이겼다. 만약 3쿼터 계시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승패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3쿼터 막판 2~30여초간 KCC만 4점을 넣었다) 오리온은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 KCC도 찜찜한 승자가 됐다. 이 대목에서 가장 아쉬운 건 KBL의 느슨한 계시원 관리와 현실성 떨어지는 '20분 조항'이다.
▲현실성 떨어지는 20분 조항
KBL은 FIBA룰에 따라 진행된다. 경기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기준은 FIBA C-1 항목에 나와있다. 이의제기를 하려면 주장이 경기종료 직후 20분 내에 주심에게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스코어시트의 '이의제기시 주장의 서명'란에 사인, KBL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구단은 경기종료 20분 이내에 KBL에 이의제기에 대한 서면을 제출해야 한다.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한 농구관계자는 "20분 조항은 국제대회에 적합한 룰이다. 국제대회는 경우에 따라 하루에 많은 경기가 벌어진다. 어떤 경기서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다음 경기가 계속 진행돼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이의제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그래서 FIBA가 20분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FIBA의 이의제기 20분 조항은 프로농구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프로농구는 한 구장에서 매일 한 경기만 열린다. 특정 팀이 매일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다음 경기를 치른다. 상식적으로 경기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좀 더 부여하는 게 옳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결과 이의제기처럼 중요한 결정을 20분 내에 내리라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KBL은 오리온이 20분 이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재경기를 불허했다. (오리온의 재경기 공식요청 이후에도 같은 입장) 이 역시 규정에 따른 결정이니 KBL의 주장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KBL이 FIBA룰을 따르더라도, 이런 부분에선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당초 이런 논란이 벌어질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탓이 크다.
▲계시원 관리
2014-2015시즌 모비스-동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3쿼터 도중 계시원 한 명이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실랑이 끝에 5분간 퇴장했다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 그 사이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당시에도 KBL이 경기 계시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시즌 막판 1~3위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경기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경기 계시원은 매 경기 7~8명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이들은 KBL이나 홈 팀이 아닌 해당 지역 농구협회의 추천으로 채용, KBL로부터 매 경기 소정의 일당을 받는 방식으로 일한다. 대부분 계시원은 농구선수출신이고, 본업이 따로 있다. 해당 지역에서 거주하고, 해당 경기장에서만 일하는 방식이다. 심판, 경기감독관, 비디오판독관과는 달리 KBL 정식직원이 아니다.
그동안 KBL은 경기 계시원들을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 해당 지역 농구협회에 맡긴 채 나 몰라라 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이후 직접 관리하고 있지만, 비 시즌 1~2차례 서울에 불러 교육을 시킨 것이 전부였다. KBL이 심판이나 경기감독관처럼 계시원들도 정예요원으로 뽑아서 직접 관리하는 게 맞다. 하지만, KBL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드러낸다. 한 관계자는 "굳이 한 경기에 7~8명의 계시원을 둘 필요도 없다. KBL이 예산이 부족하다면 계시원 수를 줄이면 되지 않나. 시즌 중에도 직접 KBL에 불러 교육도 시키면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하나. 계시원들은 경기감독관 옆에 차례대로 앉는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 통제하는 경기감독관은 각 계시원들의 실수를 체크할 방법이 따로 없다. 예를 들어 경기감독관 앞에 각 계시원들의 부저 작동 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설치될 경우 곧바로 경기감독관이 계시원의 실수 여부를 체크,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 역시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 하는데, KBL이 난색을 드러낸다는 후문) 그러나 지금은 계시원이 실수할 경우 경기감독관도 곧바로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현재 경기감독관들 앞에는 모니터가 없다.
▲오리온의 대처
오리온의 재경기 요구도 KBL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다. 이형진 부단장은 "재경기가 성립되지 않는 걸 잘 안다. 20분 안에 이의제기를 못했으니 (재경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결과가 뒤집힐 수 없는 걸 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부단장은 "재경기를 요구하는 것과 요구하지 않는 것은 천지차이다. 우리가 재경기를 요청함으로써 KBL 규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명확히 알리고, 계시원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했다.
끝이 아니다. 오리온은 FIBA에 이번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질의할 계획이다. 물론 FIBA의 유권해석에 의해 KBL이 오리온의 재경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FIBA의 유권해석에 따라 KBL의 행정에 미비한 부분이 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그 자체로 KBL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KBL에 대한 오리온의 재경기 요구와 FIBA 질의 계획은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KBL은 이번 사건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전주체육관. 사진 = KBL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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