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 필, 올해는 얼마나? [고동현의 오키나와 1인치]

[마이데일리 = 오키나와(일본) 고동현 기자] 올해는 '2루수 필'의 모습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는 19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에 흥미로운 선수 구성을 선보였다. 2루수 브렛 필-유격수 김주형이 키스톤 콤비를 이룬 것. 1루수, 3루수가 어울렸던 선수들이 유격수와 2루수로 등장한 것이다.

유격수와 2루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체격이 작은 선수들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첩함을 필요로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 기존 유격수와 2루수에 비해 큰 체격을 갖고 있는 이들의 변신이 더욱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2루수 필'은 지난해에도 몇 차례 선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이는 올시즌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루수 필, 그리고 KIA의 2루수에 관한 기록들을 돌아본다.

▲ '2루수 필' ML에서는 전혀 없었지만 마이너에서는 57경기

'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포지션은 1루수다. 이는 미국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필은 프로 선수로 나선 이후 대부분의 경력을 1루수로 쌓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3시즌간 1루수로 41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좌익수로는 13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3루수로는 1경기에 교체로 출장해 1이닝만 소화했다. 2루수 경험은 한 차례도 없었다.

마이너리그도 다르지 않다. 마이너리그 8시즌간 1루수로 701경기, 3루수로 6경기, 좌익수로 4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2루수 경험은 2011시즌에 쌓았다. 필은 그 해 51경기 2루수로 선발(57경기 2루수 출장)로 나서 435⅓이닝을 뛰었다.

▲ 지난해 7월 8일 넥센전에 선발 2루수로 나서

'2루수 필'의 모습은 지난 시즌 몇 차례 볼 수 있었다. 3월 22일 kt 위즈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 2루수로 등장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필은 4월 18일 넥센전에서 1루수로 출전한 뒤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7월 8일 목동 넥센전에는 드디어 선발 2루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 시즌 한 차례 선발 출장 포함 15경기에 2루수로 활동했다. 이닝수는 31⅓이닝. 다소 어색하기는 했지만 실책은 한 개도 없었다.

▲ 지난해 2루수 타율·출루율 최하위 KIA, 필 2루 출장 늘어날까

KIA의 약점은 마운드보다 타격에 있다. 이는 2루수 자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선발 2루수 선수들의 평균 타율은 .280. 반면 KIA의 경우 .230에 불과했다. 10개 구단 중 선발 2루수 타율 최하위였다. 출루율 역시 평균 .359에 크게 못 미치는 .291였다. 이 또한 최하위.

이로 인해 많은 2루수들이 거쳐갔다. 9명의 선수가 2루수로 1경기 이상 선발 출장했다. 김민우가 69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며 최용규가 47경기로 뒤를 이었다. 박기남 8경기, 고영우 6경기, 윤완주가 4경기, 박찬호와 황대인이 2경기씩 선발 출장했다. 필 못지 않게 2루수가 어색한 김주형도 4경기에 '선발 2루수'로 나섰다.

결국 모든 이들이 쉽게 알아챌 수 있듯 '필 2루수'는 공격력 강화를 위한 김기태 감독의 고육지책이다. 그렇다고 공격에만 비중을 둘 수만은 없는 일이다. 수비가 흔들린다면 공격력 강화를 위한 이 선택이 악수가 될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필이 19일 삼성전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는 것. 필은 5회까지 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5차례 수비 기회를 맞이 했다.

전문 2루수 못지 않게 깔끔한 수비를 선보였다. 2회말 선두타자 김상수의 땅볼을 가볍게 처리한 필은 이영욱의 어려운 타구까지 잡아냈다. 중견수 방면으로 향하는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아 안정적으로 송구했다. 이어 3회에는 박계범과 구자욱의 타구 역시 무난히 아웃시켰다. 4회말 최형우 타구 또한 여유있게 아웃.

물론 2루수로 필이 자주 나서게 된다는 것은 공격력이 아쉬운 상황이라는 뜻이기에 KIA에게 무조건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필이 이처럼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인다면 KIA의 공격 옵션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또 팬들에게는 색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록출처-스탯티즈 http://www.statiz.co.kr]

[2루수를 보고 있는 브렛 필. 사진=일본 오키나와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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