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금사월' 김순옥 작가, 정작 사과 받을 사람은 시청자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막장 드라마'로 가장 상처 받은 사람은 시청자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 김순옥 작가가 최근 제작 카페에 탈고 소감을 올렸다. 시청률 30%가 넘는 인기 드라마인 데다 '왔다! 장보리'에 이어 주말극 2연타석 홈런이니 자화자찬 일색일 법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김 작가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눈물과 아픔, 부끄러움이 많았던 작품"이라고 했다. "오늘로, 글 감옥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아쉬움과 후회와 부끄러움으로 자꾸 눈물이 난다"고도 했다.

'막장 드라마'란 비판을 인지하고 있는 듯 "이전 작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성장했어야 했는데. 지금의 이런저런 논란은 모두 제 탓"이라고까지 했다.

후회로 가득한 김 작가의 심경 글은 곧 '내 딸, 금사월'의 작품성에 대한 비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특히 배우들을 향해선 "유독 대본도 늦고, 분량도 넘쳐 많은 신들이 편집되는 속상함 속에서도, 묵묵히 최고의 연기로 제 부족한 점을 가려주신 점,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정작 김 작가의 사과가 절실한 건 시청자다. 제작진과 배우들도 고생했으나, '막장 드라마'란 비판에도 끝까지 '내 딸, 금사월'을 놓지 않고 지켜본 시청자들이야말로 가장 고생했다.

'내 딸, 금사월'은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모두 갖춘 드라마였다. 악행이 난무하는 자극적 설정은 물론이고 '우연'의 반복은 기본이었으며, 여주인공 금사월(백진희)을 비롯해 캐릭터의 종잡을 수 없는 감정선도 어김없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주말 안방에서 따뜻한 감동대신 거듭되는 극단적 상황에 눈살을 찌푸리고 어설픈 전개에 헛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작가가 엉성하게 엮어놓은 이야기의 얼개는 시청자들이 직접 상상력을 발휘해 그나마 머릿속에서나마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합리화해야 했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시청자들이 참고 견디며 TV 앞에서 '내 딸, 금사월'을 지켜봤다.

김 작가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만 "여러분 덕분에 많이 웃고, 행복했다는 거, 고백한다"며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라고 했다.

정작 시청자들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마워해야 할 김 작가다. 그게 그나마 지금껏 참고 지켜본 시청자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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