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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최근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민간 이양의 뜻을 밝혔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가 여전히 영화제에 개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영화제 측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기자회견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민의 영화제'라고 강조한 것에 대해 서 시장의 말대로 부산시민의 영화제이기도 하지만 부산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중한 문화자산이자 국민의 더 나아가 세계인의 영화제라고 설명했다.
영화제 측은 "유네스코에서 부산을 영화창의도시로 지정한 것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런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만의 것이 아닌 전 세계인이 공유하고 가꿔 나가야할 문화자산이라고 전 세계에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부산국제영화제가 혹시 '부산시장의 영화제'라고 착각하고 계신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영화제 측은 자문위원 위촉 그리고 임시 총회 소집과 관련한 서 시장의 발언에 반론을 제기했다.
영화제 측은 서 시장이 '총회 개최 직전에 기습적으로 위촉해서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정해진 절차들을 거쳐 이뤄진 위촉을 '기습적'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엉뚱한 트집이라 꼬집었다.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꾸준히 시의 압박을 받아왔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협받아 온 만큼 자문위원을 대폭 늘린 것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민간 자율로 정하도록 돼 있는 일을 절차에 따라 진행한 사항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민간 자율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시가 '사무관리규정'의 위임 전결 관련 조항을 근거로 조직위원장의 지시를 받지 않고 자문위원을 위촉한 것을 절차상 하자라고 주장한 것이 어불성설이라 맞받아쳤다.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는 민법을 따르는 민간 사단법인이고, 정관이 사단법인의 자치규범인 만큼 회원 자격의 취득과 상실은 정관에 따르게 돼 있지만 정관에 비춰봤을 때 자문위원 위촉에 조직위원장이나 총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부산시가 그릇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지난 20년간 자문위원 위촉이 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집행위원장의 권한과 책임아래 이루어져왔으며 자문위원을 위촉할 때 단 한 번도 조직위원장의 결재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또 서 시장이 신규 자문위원의 자격과 편향성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신규 자문위원은 최동훈, 류승완, 변영주, 정윤철, 김대승, 이미연, 방은진 감독과 배우 유지태, 하정우 그리고 제작자 오정완, 이준동, 최재원, 김조광수 등이다. 더불어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강소원, 김대황, 김영조, 김현수, 김휘, 김희진, 박인호, 정성욱, 최용석 등의 영화인도 포함돼 있다.
영화제 측은 서 시장이 이들을 두고 '특정인을 비호하는 세력', '수도권 일부 영화인', '영화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적도 없는…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 칭한 것에 대해 신규 위촉 자문위원 명단을 보면 부산지역인사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40%가량이기 때문에 서 시장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규 위촉된 자문위원들이 자격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자문위원 자격이 있는지, 그 자격 유무를 무슨 근거로 판별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라며 쓴 소리를 했다.
서 시장이 임시총회 소집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판단했다. 정관에 총회원 1/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조직위원장(부산시장)에게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지난 정기총회에서 106명의 동의를 받아 임시총회 소집요구서를 조직위원장에게 제출했지만 부산시가 신규로 자문위원을 다수 위촉하고 이들로부터 소집요구 동의를 받아서 임시총회 소집요구를 했으니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
영화제 측은 신규로 자문위원을 위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재적회원의 1/3을 훨씬 넘어 과반에 가깝다며 기존 회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신규로 위촉한 다수 자문위원들의 임시총회 소집요구라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정기총회장에서 조직위원장에게 직접 임시총회소집요구서를 제출했음에도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할 뜻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제 측이 문제 삼은 또 다른 문제는 부산시가 원하는 정관 개정 방향이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뜻과 다르다는 것. 영화제 측은 부산시 관계자들이 '집행위원장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이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며 "독립성과 자율성이 관건인 국제영화제 운영조직이 20년 전에 만들어진 이런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시대 상황에도 맞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 시장이 "재위촉은 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 됐던, 지난달 26일자로 임기가 만료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서 시장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거론하며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한 대다수 총회원들의 총의가 불순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회원들은 특정인의 거취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고,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자는 것"이 영화제 측의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제 측은 "하루 속히 임시총회를 열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고, 새 정관에 따라 조직을 정비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서병수 부산시장께서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기대합니다"라며 진정으로 영화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관 개정이 이뤄지기를 촉구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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