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결혼계약' 이서진·유이가 만났는데, 왜 진부할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새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은 사실 자극적인 이야기다.

남주인공 한지훈(이서진)은 간 이식 수술이 필요한 어머니를 위해, 큰 빚을 진 강혜수(유이)에게 돈을 주고 간 이식을 하는 조건으로 계약 결혼을 한다. 사실상 위장 결혼을 통한 불법 장기매매로 이 극단적 상황 속에서 싹트는 사랑이 '결혼계약'의 주된 이야기다.

하지만 생김새가 제법 자극적인 것에 비해 담긴 맛은 꽤 심심하고 익숙하다.

가난한 여주인공과 재벌 2세 남주인공의 사랑은 한국드라마의 클리셰가 된 지 오래다. 벌써부터 '신데렐라 스토리'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통사고로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는 상황 또한 상투적이다. 여주인공이 취업한 레스토랑이 알고 보니 남주인공이 본부장인 회사의 레스토랑이란 설정도 많은 드라마가 그토록 집착하고 있는 '우연의 우연'일 뿐이다.

유독 아쉬운 건 '결혼계약'의 가장 큰 개성인 불법 장기매매에서 비롯된 사랑도 이미 다른 드라마에서 소개된 적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2010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유성'에서다.

'유성'에선 남주인공 켄고(타케노우치 유타카)가 간 이식 수술이 필요한 여동생을 위해, 빚에 허덕이는 여주인공 리사(우에토 아야)에게 돈을 주고 계약 결혼한다. '결혼계약'과 남주인공의 직업, 리사의 가족 등 세부적인 설정은 다르지만 간 이식을 위한 계약 결혼이란 큰 뼈대가 닮아있다. '결혼계약'의 자극적 생김새마저도 전혀 새로운 게 아니었던 셈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신선하지 않으면 금세 외면한다.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결말이 논란을 일으켜도 여전히 tvN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극찬을 보내고 있고, 영국드라마 '셜록'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며, '마블' 히어로가 주인공인 미국드라마 '데어데블'을 안방뿐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에서도 시청할 수 있는 시대다. 이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신선한 소재뿐이다.

[사진 = MBC 방송 화면-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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