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공주시] 백제큰길, 공주~부여

금강은 큰 개울처럼 얕고 소박하다.

고대 왕국 백제는 한때 중국과 일본에까지 진출한 막강한 제국이었지만 초기에는 고구려, 말기에는 신라에 밀리면서 첫 수도 위례성(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일대로 추정)을 버리고 공주로 후퇴했다가 다시 부여까지 남하했다. 부여에서 전열을 가다듬지만 쇠락의 길을 걷다가 끝내 나당연합군에 의해 700년 사직은 종말을 고하고 만다. 공주에서 60여년, 부여에서 120여 년 등 두 곳을 합해도 겨우 180년을 버틴 제국의 마지막 종착지였다.

공주 곰나루에서 부여 낙화암까지 이어지는 금강 강변길은 위기에 몰린 백제의 다급했던 후퇴로이자 사연 많은 전설의 길이기도 하다. 그럼 점에서 공주~부여 가도는 백제의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가장 백제다운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들 사이로 좁지도 넓지도 않은 강물이 한없이 평화롭게 흐르고, 때때로 나타나는 아담한 모래톱은 무한히 서정적이다. 작은 시골마을은 마치 사람이 사는 듯 떠난 듯 조용한데, 강변길은 온통 적막강산이다. 이렇게 조붓하고 친근하며 소담스런 강변 분위기는 전국을 통틀어도 이곳을 따를데가 없을 것이다.

편도 약 30km의 코스는 공주(곰나루)에서 출발하는 것이 하류인 부여로 내려가기 때문에 미미하지만 내리막을 이뤄 부담이 적다. 갓길이 넓은 편이지만 길이 한적하고 곧게 뻗어 과속차량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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