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카이·크리스탈 커플, 팬들이 실망한 진짜 이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갑자기 밝혀지게 되어 놀랐을 팬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방송인 오상진이 열애 사실을 인정하며 소속사를 통해 팬들에게 건넨 속내다.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미리 얘기하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요. '더 조심했어야지!'라고 하신다면 또 그러지 못한 것도 미안해요." 가수 아이유도 남자친구의 존재가 공개되자 팬카페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성인 남녀가 연애 좀 하겠다는데, 게다가 사적인 일이 밝혀진 건데, 팬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단다. 대체 왜 사과한 걸까. 적어도 오상진이나 아이유는 자신들에게 팬이 어떤 존재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그룹 EXO의 카이와 f(x)의 크리스탈이 열애 중이다. 그런데 날이 지나며 팬덤이 급속도로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루머와 자료가 떠돌았고, 팬들의 반응은 실망과 충격으로 번졌다.

사실이든 아니든 팬들이 사적인 내용을 파헤치는 건 잘못된 일이다. 팬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염탐할 자격은 결코 없다.

단, 카이와 크리스탈은 팬들이 왜 이토록 분노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단순히 팬들의 질투심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지금 팬들의 분노는 두 사람에게 '속았다'는 일종의 배신감이다.

연예인은 '이미지'를 판매하고 그 대가로 팬들의 사랑, 즉 '인기'를 얻는다.

인기 드라마가 끝나고 주연 배우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건, 연기를 잘한 것도 있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흡수하기 때문이다. 2, 3분 남짓 음악방송에서 이미지 형성이 어려운 가수들은 예능에 나와 튀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이미지를 어필해 인기를 얻어야 노래도 들어주는 게 차가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돌은 이미지 메이킹의 절정이다. 데뷔 전부터 티저 사진 등으로 이미지를 서서히 만들고, 아예 콘셉트까지 설정해 데뷔시켜 소속사에서 원한 이미지를 팬들이 소비하도록 부추긴다.

지금 카이와 크리스탈의 팬들이 분노하는 건 이 이미지 때문이다. 팬들이 지금껏 믿고 따랐던 성실한 이미지와 달리 지금 떠돌고 있는 온갖 루머가 두 사람이 팀과 팬보다 연애에 치중한 이들로 몰아가고 있다. 팬들이 소비한 이미지와 정반대인 것이다.

카이가 8일 다리에 깁스를 하고 휠체어를 탄 채 공항에 나타났지만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걱정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진정성을 의심하는 팬들이 나오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카이와 크리스탈은 팬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상진이나 아이유의 사과는 그동안 자신들의 말과 이미지만 믿고 사랑해준 팬들에게 구하는 양해였다.

카이와 크리스탈은 간접적으로 소속사를 통해 "친구로 지내다 최근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이 짧은 입장이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얼마나 달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팬들은 자신들이 소비한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고 깨닫는 순간 그동안 지불한 사랑을 재빨리 돌려받으려 할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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