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양산시] 소나무 숲길에서 마음을 비우다, 영취산 통도사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으뜸가는 불보사찰. 통도사의 모든 역사는 구룡지와 금강계단에서 시작되었다.

서기 643년 자장율사가 취서산 아래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아홉 마리 독룡이 사는 커다란 연못이었다. 《삼국유사》에서는 독룡들이 비바람을 일으켜 농사를 망치고 백성을 괴롭혀 이들을 물리치고 연못을 메운 후 금강계단에 불사리와 가사(袈裟)를 봉안해 만대에 이르도록 바람과 물, 불의 재앙을 면할 수 있게 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대방광전 앞에 작은 연못이 있는데, 자장율사가 연못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용을 위해 연못 귀퉁이를 조금 남겨 놓았다는 곳이다. 이렇듯 통도사에는 1300여 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창건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으니 실로 놀랍다.

동틀 무렵, '영축산문'이 긴 그림자를 느릿하게 끌며 길손을 맞이하고, 신비로운 힘으로 충만한 소나무 숲길 1킬로미터가 소리 없이 열린다. 그 길은 1000년도 더 된 옛날에도 그랬듯이 언제나 확짤 열려 있으며, 누가 가더라도 막지 않는 자유로운 길이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번뇌와 망상으로 가득하던 머리는 어느새 맑아지고,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 앉는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는 물론이고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바람 소리며, 새소리까지 들려올 때면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그 순수한 길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 가장 많은 불교유형문화재(43종)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1999년에 문을 연 성보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불교회화 전문 박물관으로 꼭 들러볼만한 곳이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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