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등용문을 지키는 절, 용문산 용문사

숱한 전란의 참화 속에서도 거듭 태어난 경기도 명찰. 천년이 넘은 천왕목을 알면 부처가 보인다.

용문사는 몇 차례의 전란으로 절이 모두 불에 타는 화를 겪었지만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천년 고찰의 역사를 가늠하게 한다. 용문산은 미지산(彌知山)이라고도 불리는데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용문산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 보통 여섯 가마 이상의 은행이 열리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높이가 42미터, 수령이 1100년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숱한 전쟁과 화재 속에서도 불타지 않고 살아남았으며, 조선 세종 때는 정3품보다 더 높은 벼슬인 당상직첩(堂上職牒)을 하사받기도 했다.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는 이 나무가 소리를 내어 알렸다고 한다.

은행나무의 나이는 용문사 창건 연대와 관련하여 산출한다. 용문사의 창건 연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신라 913년(신덕왕 2년)에 대승대사가 창건했다는 설, 649년(진덕여왕 3년)에 원효가 창건했다는 설, 경순왕이 직접 이곳에 와서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따라서 은행나무는 절을 세운 다음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은 나무라고도 전한다.

어쨌든 용문사는 고려시대의 전성기를 거친 후 불교를 탄압했던 조선시대에도 융성했으나 1907년(순종 원년)에 일본군이 모조리 불태우는 참화를 겪었고, 한국전쟁 때 용문산 전투를 치르면서 철저히 파괴되고 말았다. 1958년 이후 재건한 용문사는 오래된 건물을 찾아볼 수 없어 천년 고찰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고려 말의 고승인 정지국사의 부도와 비(보물 제531호), 금동관음보살좌상(지방유형문화재 제172호)이 남아 있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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